불멸의 신진서, 또 새역사…농심배 18연승, 한국 5연패

한국이 제26회 농심 신라면배에서 우승했다. 2021년부터 내리 5연패를 달성했다. 사진은 21일 농심배 최종국이 끝난 뒤 시상식에서. 왼쪽부터 박정환 9단, 홍민표 한국국가대표팀 감독, 신진서 9단,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한국이 제26회 농심 신라면배에서 우승했다. 2021년부터 내리 5연패를 달성했다. 사진은 21일 농심배 최종국이 끝난 뒤 시상식에서. 왼쪽부터 박정환 9단, 홍민표 한국국가대표팀 감독, 신진서 9단,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신진서가 또 역사를 썼다. 농심배 18연승의 대기록을 세웠고, 한국에 농심배 5연패를 선사했다. 

21일 중국 상하이 그랜드센트럴호텔에서 열린 제2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4국에서 신진서(25) 9단이 중국 딩하오(25) 9단을 맞아 242수 만에 백 불계승하고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농심신라면배는 한·중·일 3개국에서 5명씩 출전해 연승 방식으로 승부를 가리는 국가 대항전이다. 우승 상금이 5억원. 준우승 상금은 없다. 그래서 21일 열린 농심배 최종국은 상금 5억원이 걸린 단 한판의 바둑이었다. 

21일 5억원을 놓고 한국과 중국의 주장 선수가 마주앉았다. 한국은 농심배 17연승을 질주 중인 당대 1인자 신진서. 상대는 삼성화재배 2연패의 주인공 딩하오. 2000년생 동갑내기가 벌이는 최후의 승부였다. 그리고 이날 두 선수는 역대 농심배에서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워낙 큰 판이어서 전면전은 피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착각이었다. 두 선수는 시종 뜨겁고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초반부터 대마가 얽히며 싸움이 벌어졌고, 패가 났고, 바꿔치기가 일어났다. 그 사이 형세는 요동쳤다. 처음엔 신진서가 크게 앞섰으나 딩하오가 뒤집었고, 신진서가 흔들기에 나서니까 딩하오가 맞받아쳤다. 불리한 형세를 느낀 신진서는 계속 독수(毒手)를 날렸고, 신진서의 맹공을 잘 막아내던 딩하오가 딱 한 번 미끄러졌다. 거기서 승부가 났다. 


상하이 현지 시각으로 오후 2시에 시작한 경기는 오후 5시 20분이 지나서야 끝났다. 각자 제한시간 1시간의 바둑이었으니까 두 선수가 1분 초읽기로 무려 1시간 20분을 버텼다는 뜻이다. 

신진서는 국후 인터뷰에서 “작년 농심배에서 6연승을 했는데 이번 2연승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며 “오늘 힘든 바둑을 이겨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신진서는 “초반에는 빵때림을 해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이후에 생각지 못한 버팀을 계속 당해서 당황했었다”며 “바둑이 워낙 어려워서 나중에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이날 대국을 복기했다.

홍민표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도 “지난 대회 못지않게 벅차서 오늘 잠을 못 잘 것 같다”며 “모든 선수가 함께 만들어 낸 우승이라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농심배에서는 신진서 혼자 6연승을 거뒀지만, 올해 대회에선 김명훈이 4승, 박정환이 1승을 올려 최종 주자 신진서의 부담을 줄여줬다. 

21일 열린 농심배 최종국 장면. 왼쪽이 신진서 9단이고 오른쪽이 중국 딩하오 9단이다.

21일 열린 농심배 최종국 장면. 왼쪽이 신진서 9단이고 오른쪽이 중국 딩하오 9단이다.

신진서는 이날 승리로 농심배 18연승의 대기록을 이어갔다. 2021년 22회 대회부터 지난해 25회 대회까지 농심배가 네 번 치러지는 동안 신진서는 16번 싸워 16번 모두 이겼다. 그 사이 한국은 농심배를 4년 연속 차지했다. 그 기록이 올해 다시 연장됐다. 신진서 18연승과 한국 5연패. 

올해 농심배는 지난달 LG배 사태로 한국과 중국 바둑계가 갈등을 빚은 뒤 처음 열린 세계대회다. 대회 기간에 불상사가 일어날까 우려했었으나 별 탈 없이 마무리됐다. 농심배는 농심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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