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극우? 그건 아니죠"…대학생 그들이 태극기 든 까닭

대학가 반탄 집회, 학생들은 왜 나서나

17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서 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서 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여느 때라면 겨울방학의 적막함이 감돌았을 2월의 대학 캠퍼스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0일 연세대를 시작으로 서울대(15, 17일)·경북대(18일)·고려대(21일)에서 시국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며 대학생들이 외치는 함성은 ‘탄핵 촉구’가 아닌 ‘탄핵 무효’다. 이런 모습을 보며 기성세대에선 위화감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잖다. 청년 세대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며, 이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을 찾아가 ‘탄핵 반대’를 외치는 이들을 만나봤다.       

17일 오전 11시30분,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이는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학생 등 50여 명이 모여 “불법 탄핵 각하하라” “탄핵무효, 완전부결”을 외치고 있었다. 이곳은 불과 두 달 전 ‘탄핵 찬성’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낭독했던 곳이다. “내란세력 물러가라”고 외쳤던 곳에서 이젠 “내란세력이 누구란 말이냐”고 되묻고 있었다.

이달 졸업을 앞둔 조모(25·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씨도 이곳에 있었다. “이전에 태극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신경 쓰지 않았을 만큼 공부에 바빴다”던 그는 “시국 선언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에브리타임(이하 ‘에타’: 대학생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고, 뭐라도 돕고 싶어 집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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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탄핵에 반대할까. 조씨는 윤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은 일부일 뿐이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은 예산 삭감과 줄탄핵 등으로 반대쪽 의견은 손발을 묶고 ‘자유민주주의’의 자유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계엄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싶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공계 대학원 박사과정의 김모(31)씨도 “과거 계엄과 비교하면 소수 병력이고 국회가 요구하자 철회했다. 사상자도 없었다”며 “내란은 정권 찬탈이 목적인데 대통령이 내란을 벌였다고 말하는 것부터 이해가 안 된다. 계엄은 거대 야당의 폭거를 알리려는 최후의 수단으로 본다”고 했다.

이날 만난 박모(23·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씨도 마찬가지. 21일 고려대 시국 선언에 참여할 예정인 그는 “계엄을 하지 않았다면 반국가·공산주의 세력에 잠식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윤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는 건 아니었다. 조씨는 “의대 증원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등 잘못도 많이 했다”면서도 “(하지만) 야당의 위협이 더 크기 때문에 일단 탄핵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야당에 대한 거부감 혹은 공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경험을 지목했다. 20·30세대, 특히 20대(06~96년생) 중 다수는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문재인 정부를 겪었다. 조씨는 “문재인 정부가 되니 안보의 경계를 낮추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를 폭망하게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고등학교 때인데 유독 그때부터 세대·연령·지역 등 ‘국민 갈라치기’ 식의 여론을 유도해 분열을 조장했고 심했다. 이것이 간첩이 들어올 틈새를 만들고 있었다”며 “‘부의 재분배’ 역시 말 뿐이었고 부동산 가격만 폭등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반감도 컸다. 김씨는 “이 대표는 진짜 아닌 거 같다, 탄핵 찬성하는 친구들조차 대통령감으로 반대한다”며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원 지원 정책도 일한 만큼 정당하게 받는 게 자유 시장인데 표심만 바라보고 빚은 청년층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감을 드러냈다. 조씨는 “지금의 우클릭 행보는 보여주기식”이라며 “사법리스크가 크고, 그가 대통령이 되면 베네수엘라 같은 포퓰리즘 국가로 전락할 게 뻔하다”라고 말했다.

자신들에게 붙는 ‘극우’ 꼬리표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조씨는 “계엄을 규탄할 수도 있고, 생각이 다르면 또 다른 목소리도 낼 수 있는 게 민주주의다. 그런데 지금은 민주당에 반대하면 다 극우로 몰아붙인다. 이런 것이 민주주의냐”라며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같이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다. 민주주의를 말하기 전에 그것을 먼저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위를 나가보면 민주노총 시위보다 탄핵 반대쪽 시위를 더 과격하게 진압한다. 언론도 좌파 성향으로 여론몰이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