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청와대, 잼버리 야영장 매립에 농지기금 1845억 불법 전용"

청와대 모습. [중앙포토].

청와대 모습. [중앙포토].

정부가 2017년 전북 새만금 잼버리야영장 매립에 1800억 원대 농지관리기금을 불법 전용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한 흔적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당초 ‘기금 투입이 불가능하다’고 검토했던 농림축산식품부 입장이 청와대 보고 직후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10일 발표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실태’ 감사 결과에서 “농지관리기금은 농지조성 등과 직접 관련되는 용도로 제한돼 ‘관광ㆍ레저용지’인 잼버리 부지 매립에 기금을 투입할 수 없는데도 이 기금을 투입해 부지를 매립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5년 7월 새만금 내 잼버리 후보지를 선정했고, 2017년 12월 농지관리기금을 투입해 야영장 매립을 결정했다. 매립 업무를 담당한 농림부는 농어촌공사에 사업을 위탁해 2022년 12월까지 야영지를 매립했고 1845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이같은 기금 활용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농어촌공사법 제34조에 따르면 농지관리기금은 농지의 재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융ㆍ투자 등 농지조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자금의 용도로 엄격히 사용이 제한돼 있다. 농림부는 2017년 3월 야영지 매립에 농지관리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법에 위반된다는 결론도 내렸다. 

이런 판단은 청와대 보고 이후 뒤집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은 2017년 7월 농림부에 “농지관리기금을 사용한 새만금 매립방안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농림부는 “국제협력용지나 관광ㆍ레저용지(잼버리 야영지 포함) 등의 매립에는 농지관리기금을 투입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 농업인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당시 부처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에선 “새만금 공공주도 매립을 위해 농지관리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보고를 맡았던 농림부 실무자와 담당 과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농지관리기금 사용 방안을 방문 보고하라는 대통령비서실의 요구와 재검토 지시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농림부는 결국 5개월 만에 농지기금을 투입하는 쪽으로 결정을 바꿨다. 특히 농림부는 2017년 10월 잼버리 야영지의 새만금 기본계획상 용도를 ‘유보용지’로 변경하는 꼼수도 부렸다. 임시로 용지를 변경해 농지관리기금 사용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같은해 12월 새만금위원회에서 이 방안이 확정됐다. 그러나 유보 용지에 대해서도 농지관리기금을 사용하는 것도 법 위반이다. 농림부는 당시 유보용지로 변경 후 농지관리기금을 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외부 법률사무소에 검토를 의뢰해 “기금 사용 용도로 보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 모습. 부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나있다.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 모습. 부지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겨나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용도 외 사용 문제를 외견상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지 용도를 ‘관광ㆍ레저용지’에서 ‘유보 용지(용도 미지정)’로 전환해 기금 투입(부지 매립) 후 다시 ‘관광ㆍ레저용지’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전북도에 주의 요구를 통보했다. 다만 감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직접적인 강요 등 부당한 지시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정부가 해당 야영장 부지에서 대회 개최를 강행하기 위해 예산 편법 사용을 사실상 종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새만금 지역 내 고군산 군도나 농생명 용지 5공구 등 매립이 대부분 완료된 다른 후보지가 있었던 만큼, 이 같은 불법 예산 투입이 없었다면 후보지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