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원싸움도 우위…변수는 두자릿수 무당층 [중앙일보 여론조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공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대전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공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을 상대로 우위를 보인 것은 중도층 여론, 즉 중원 싸움에서 선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다자대결과 가상 양자대결 모두 전체 응답자 지지율보다 중도층 응답자 지지율이 더 높았다. 모든 주자를 대상으로 한 다자대결에서 이 전 대표 지지율은 42%이었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12%), 홍준표 대구시장(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6%), 오세훈 서울시장(5%) 순이었다. 하지만 중도층 응답자로 좁히면 이재명(43%), 홍준표(9%), 김문수(8%), 한동훈(5%), 오세훈(4%) 순이었다. 

두 달반 전인 1월 23~24일 중앙일보·갤럽조사와 비교하면 이 전 대표의 중도층 지지율은 7%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김 전 장관과 홍 시장의 중도층 지지율은 각각 1%포인트 하락했고, 한 전 대표는 4%포인트, 오 시장은 5%포인트 하락했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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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양자대결에서도 이 전 대표는 중도층에서 강세였다. 중도층 지지율은 이재명(54%) 대 홍준표(32%), 이재명(56%) 대 오세훈(32%), 이재명(56%) 대 한동훈(29%), 이재명(58%) 대 김문수(28%)로 격차는 모두 20%포인트 이상이었다. 이는 양자대결 전체 응답자 지지율(이재명 50% 대 홍준표 38%, 이재명 51% 대 오세훈 38%, 이재명 53% 대 김문수 35%, 이재명 52% 대 한동훈 32%)보다 더 큰 격차다.  

허진재 갤럽 여론수석은 “홍 시장은 20대(이재명 37%, 홍준표 39%)에서, 오 시장은 서울(이재명 46%, 오세훈 43%)에서 선방한 게 그나마 격차를 좁힌 요인이었다”며 “김 전 장관은 중도층에서 이 전 대표보다 30%포인트 격차 열세였던 점, 탄핵 찬성파인 한 전 대표는 보수층 지지율(58%)이 70% 초반대인 다른 국민의힘 주자보다 낮았던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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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 이 전 대표의 우세가 두드러졌지만, 향후 정치 상황 및 여론 추이에 따라 판세는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조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4일 뒤인 8일부터 이틀간 진행됐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탄핵 쇼크로 낙담한 보수 지지층의 여론이 잡히지 않은 점과, 진보 진영에 일종의 ‘탄핵 프리미엄’이 붙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전 대표가 유리한 구도임은 맞지만,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 보수 주자가 난립했던 2017년 대선과 달리 보수 진영이 분열하지 않고 단일 주자를 낼 가능성이 큰 것도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최종 주자 확정 뒤 선명한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 구도가 확립된 뒤의 흐름도 봐야 한다”고 했다.

무당층이 이 전 대표에게 손을 들어주지 않은 점도 변수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 정당 없음·모름’이라고 밝힌 무당층 응답자 비율은 18%로 1월 조사보다 6%포인트 늘었다. 다자대결 시 무당층의 이 전 대표 지지율은 12%였고, 홍준표(8%), 김문수(7%), 오세훈·한동훈(5%)이 뒤를 이었다. 이 전 대표(12%)와 김동연 경기지사(5%)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1%)를 합쳤을 때 민주당 후보의 무당층 지지율 합은 18%에 그쳤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의 무당층 지지율 합은 25%였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무당층은 이 전 대표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무당층 지지율은 이재명(27%) 대 오세훈(37%) 조사에선 오 시장이 10%포인트 앞섰고, 이재명(27%) 대 홍준표(33%) 조사에선 홍 시장이 6%포인트 앞섰다. 이재명(29%) 대 한동훈(30%), 이재명(29%) 대 김문수(28%) 조사에서 무당층 지지율은 엇비슷했다. 허진재 여론수석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실망해 무당층으로 돌아선 보수층이 적지 않다는 걸 고려하면, 향후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상승 여지가 좀 더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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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층도 변수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아니라 ‘지지 후보 없음·모름’이라는 부동층 비율은 다자대결에서 14%였다. 이 전 대표와의 국민의힘 주자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부동층 비율은 한동훈 대결 시 16%, 김문수 대결 시 12%, 홍준표 대결 시 12%, 오세훈 대결 시 11%로, 부동층 비율은 모두 10%를 넘었다.

어떤 정당의 대선 후보가 당선되기를 기대하냐는 질문에서는 민주당 후보 45%, 국민의힘 후보 31%였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외의 후보 당선이 좋다는 응답은 8%였고, 없다·모른다는 15%였다.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선호 격차(14%포인트)보다 부동층 및 제3지대 후보 선호도의 합(23%)이 더 높았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부동층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선 투표장에 올지, 또 이재명 대세론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라며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최종 주자의 대선 TV 토론이나 공약이 부동층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4월 8일~9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4.5%(6915명 중 1004명)이며 3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