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뮤얼 퍼파로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새뮤얼 퍼파로 미 인태사령관(미 해군 대장)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상당한 수준의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에게 좋은가, 나쁜가’라는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미시시피)의 질의에 대해 “본질적으로 분쟁에서 압도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을 약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퍼파로 사령관은 이어 ‘한반도에 미군이 없다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침공할 것으로 보는가’라고 묻는 앵거스 킹 상원의원(무소속·메인)의 질의에 “주한미군 전력에 손실(the loss of the force)이 있을 경우 그가 한국을 침공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김정은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2만 8500명 규모인 주한미군의 수를 조정하려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보인다.
퍼파로 사령관은 또 “(주한미군은)필수적”이라며 “우리와 조약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은 경제 규모 10위권 국가이면서 양국 경제는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의도는 기류(wind)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그는 한국군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군대를 설계했으며, 우리가 그곳에서 억지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도 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더불어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는 미 측에서도 주한미군 조정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작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 위커 위원장은 “최근 ‘국방부 중견 관리들이 중국의 위협에 집중하고 미 본토 방어를 위해서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이 생각은 좋은 것인가, 그렇지 못 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미 육군 대장)은 “주한미군 감축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하는 일은 현재와 같이 북한에 대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것과 동해에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부담과 서해에서 중국에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잠재 능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주한미군의 주된 임무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잠재적인 위협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답변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유력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ㆍ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조셉리 기자
이날 퍼파로 사령관과 브런슨 사령관의 답변은 주한미군의 현상 변경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이는 미 국방부 내 대표적인 ‘대중 매파’로 꼽히는 앨브리지 콜비 정책차관의 입장과는 한층 다른 결이다.
콜비 차관은 앞서 중앙일보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외의 지역은 미군이 아닌 동맹에 맡긴다”는 콜비의 시각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최근 배포한 ‘임시 국가 방위 전략 지침’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침은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은 지역 동맹국에 맡기도록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다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을 옹호한 미 사령관들이 주한미군의 대중·대러 견제 성격도 부각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주한미군에 부여된 임무를 확장하는 등 주한미군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어서다. 미 국방부가 최근 한국에 배치된 패트리엇 최소 한 개 포대를 중동으로 이동한 것은 이런 ‘탄력적 운용’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 때문에 국방 당국은 지속적으로 주한미군과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미 국방부의 고위 인사들에게 입력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와 관련, 박영준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 연구소장은 “올해 5월 말 한·미 국방 수장 간 첫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안보대화) 등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