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분기 영업익 19%↓...고환율에 우는 항공업계

대한항공이 1분기 매출 3조9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역대 1분기 중 최고 실적을 냈다. 다만, 지난해 말부터 고환율(원화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줄었다. 

대한항공은 11일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3조9559억원, 영업이익 350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 감소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는 고환율로 인한 비용 증가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신규 항공기 도입에 따른 감가상각비 및 정비비 증가, 환율 상승에 따른 조업 단가 인상 등에 따라 영업비용이 늘어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여객 사업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한 2조4355억원을 기록했다. 1월 설 명절 및 3월초 연휴 효과 등이 반영됐다.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1조 540억원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에 앞서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많았던 영향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 2분기 변수는 환율

2분기 경영 환경은 더 암울하다. 가장 큰 문제는 1400원 중반대로 굳어진 환율이다. 항공업계는 환율·유가에 가장 민감한 산업군 중 하나다. 항공기 리스 비용이나 유류비 등을 모두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비용도 늘어나는 구조다.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가치가 10원 떨어질 때마다 약 350억원의 외화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항공기 리스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고환율 부담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지난달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 글로벌 공급망 문제에 따른 항공기 도입 지연과 고환율, 미국 관세정책 등에 따른 정치·사회·경제적 리스크는 사업 운영의 부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라이징 나이트(Rising Night)' 행사에서 새 기업이미지(CI)를 입힌 보잉 787-10 항공기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격납고에서 열린 '라이징 나이트(Rising Night)' 행사에서 새 기업이미지(CI)를 입힌 보잉 787-10 항공기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 대한항공

연초부터 일본 엔화 가치가 급격히 오른 점도 항공업계의 걱정을 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노선 이용객은 2514만명으로 전체 국제선 탑승객(8892만명)의 28.2%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중국(1377만명)의 2배 수준으로 많았다.

그동안 ‘엔저’에 따른 가격 매력이 일본 여행 수요를 뒷받침했지만 최근 엔화 강세로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일본 노선 비중이 높은 LCC가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고환율로 항공기 운영 비용이 느는데, 일본 등 주요 노선의 탑승률까지 떨어질 경우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LCC 업계는 그동안 일본에 편중된 항공 노선을 동남아와 중국 등으로 다변화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LCC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1분기는 겨울 휴가 등의 영향으로 성수기로 꼽히는데 올 1분기는 지난해말 제주항공 사고 여파 등으로 LCC 수요가 크게 줄면서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