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나 의원은 이날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이번 대선의 본질은 체제 전쟁”이라며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느냐, 반자유·반헌법 세력에게 국가를 헌납할 것이냐가 달렸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5선의 나 의원이 대선에 도전하는 건 처음이다.
이로써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안철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정현 전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까지 7명으로 늘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3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14일 출마를 선언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11일 우군 포섭에 나서거나, 현안 관련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의원실을 방문하고 있다. 뉴스1
김문수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 국민의힘 고동진·추경호 의원 등과 환담했다. 지지율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당내 계파가 두텁지 않은 김 전 장관이 원내 스킨십에 나섰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 출연한 김 전 장관은 당 일각에서 나오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차출론에 대해 “출마를 위해 굉장히 막중한 대행을 그만둔다고 하면 상당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한 대행이 정치의 꿈을 꾸는 것은 한 번도, 잠꼬대라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11일 울산시 남구 명화공업 울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전 대표는 1박 2일 일정으로 울산·부산을 찾았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울산에서 열린 HD현대중공업과 조선업 협력사 간담회에 참석해 “정치가 해야 할 것은 계엄이니 탄핵이니 하는 얘기가 아니라 관세 전쟁 상황에서 우리 동력을 어떻게 살려내느냐다”라고 강조했다. 10일 출마 선언 뒤 첫 방문지로 울산을 찾은 걸 두곤 “조선과 자동차의 심장인 울산에서 ‘트럼프 관세’로 어려운 업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저녁에는 부산을 찾아 시민들과 만난다. 한 전 대표 측은 “당원이 많은 PK(부산·울산·경남)에서 바닥 민심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에서 열린 2025년 동행서울 누리축제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동행서울 누리축제’에 축사 차 참석한 오세훈 시장도 한 대행을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행사 뒤 취재진과 만난 오 시장은 한 대행이 예비경선을 거치지 않아도 본경선에 참여하도록 ‘경선 특례’를 주자는 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 “민주 정당에서 특정 후보자에 대해 더 큰 혜택을 주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명태균 의혹 리스크에는 “그동안 (명씨가) 했던 말과 제가 한 말 중에서 국민은 제 말을 더 신뢰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오 시장은 13일 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당 경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1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풍선을 들고 배웅 나온 직원들과 마지막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전 시장은 11일 대구시청에서 퇴임식을 열었다. 홍 전 시장은 퇴임사에서 “(대선을)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제7공화국 선진대국 시대를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밝혔다. 14일 출마 선언을 앞둔 홍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증원 문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과격한 증원은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며 “의대생들이 모두 현장에 복귀하고 새 정부와 마주해 의료 개혁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썼다. 홍 전 시장은 이번 주 군 가산점제 부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같은 날 대구에서 공약 발표회를 연 안철수 의원은 한 전 대표를 향해서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하는 등 가장 많은 시혜를 입은 사람”이라고 비판했고, 오 시장과 홍 전 시장을 겨냥해선 “명태균 리스크로 공격받을 후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예비 대선주자들. 왼쪽부터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장관,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가나다순). 뉴스1ㆍ뉴시스ㆍ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예능 요소를 가미한 경선 콘셉트를 공개했다. 17일 1차 후보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MBTI(성격유형테스트)를 활용한 자기소개를 하고, 1차 컷오프(22일)를 통과한 후보 4인이 24~25일 토론에서 인공지능(AI)이 선정한 ‘악플’에 맞대응하는 등의 방식이다.
여론조사를 100% 반영하는 1차 컷오프에서 역선택 방지조항(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 응답)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주장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11일 “국민의힘 지지층만 상대로 경선하겠다는 것으로 국민을 모욕하는 대국민 사기”라고 비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