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 쏟고도 잡초만 무성…20년 방치된 울주 '유령부지' 뭔일

지난 9일 찾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화산마을 인근 명산초등학교 옆으로 60여 m를 들어가자 콘크리트 벽과 펜스로 둘러싸인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호 기자

지난 9일 찾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화산마을 인근 명산초등학교 옆으로 60여 m를 들어가자 콘크리트 벽과 펜스로 둘러싸인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호 기자

지난 9일 찾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화산마을 인근 명산초등학교 옆으로 60여 m를 들어가자 콘크리트 벽과 펜스로 둘러싸인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곳곳에 잡풀이 무성하고, 빛바랜 철근과 방치된 대형 플라스틱 파이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공터 앞까지는 2차선 도로가 새로 깔려 있었지만, 사람도 시설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9일 찾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화산마을 인근 명산초등학교 옆으로 60여 m를 들어가자 콘크리트 벽과 펜스로 둘러싸인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호 기자

지난 9일 찾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화산마을 인근 명산초등학교 옆으로 60여 m를 들어가자 콘크리트 벽과 펜스로 둘러싸인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호 기자

이곳은 울주군이 2006년부터 수차례 개발을 시도해온 부지다. 축구장 8개 규모(약 5만㎡)의 땅에 16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허허벌판 '유령부지'로 남아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땅의 사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울주군은 전국적으로 유행하던 '영어마을' 조성 사업에 26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부지 4만7653㎡를 60억원에 매입하고, 문화재 조사 및 용역 등에 20억원을 추가로 들였다.  

그러나 전국 영어마을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실패 사례로 전락하자, 울주군은 2010년 사업을 철회했다. 감사원은 이를 '지자체장의 치적 쌓기용 사업'으로 판단하고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했다.


 지난 9일 찾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화산마을 인근 명산초등학교 옆으로 60여 m를 들어가자 콘크리트 벽과 펜스로 둘러싸인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호 기자

지난 9일 찾은 울산 울주군 서생면 명산리. 화산마을 인근 명산초등학교 옆으로 60여 m를 들어가자 콘크리트 벽과 펜스로 둘러싸인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윤호 기자

이후 부지는 방치됐다. 2012년에 국제고등학교 유치를 시도했지만, 울산시교육청이 사업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1년 만에 백지화됐다. 방재체험시설, 오토캠핑장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예산 부족과 사업성 논란으로 모두 무산됐다. 실행 없이 계획만 쌓여가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2019년 울주군은 '스마트팜 단지' 조성이라는 새로운 구상을 내놨다. 생산·유통·연구·관광을 아우르는 430억원 규모의 첨단 농업단지를 2023년 6월까지 조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국비 140억원 확보를 목표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 공모사업에 네 차례나 도전했지만,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탈락했다.

공모 과정에서 '부지 부족' 지적이 나오자 울주군은 80억원을 들여 1만1000㎡를 추가 매입하고 기반시설과 도로도 정비했다. 하지만 해당 공모사업이 종료되면서 스마트팜 구상도 결국 무산됐다.

이렇게 현재까지 이 부지에 투입된 예산은 16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사업은 번번이 무산됐고,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실질적인 활용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울주군이 추진한 여러 사업은 '타이밍과 현실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공통으로 드러냈다. 지역 여건과 맞지 않는 사업을 반복 추진했고, 일부 사업은 국비 지원에만 의존한 측면도 있다. 서생면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영어마을, 스마트팜 등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며 "계획은 늘 있었는데, 지금 남은 건 공터뿐"이라고 지적했다.
울주군의회 한성환 의원은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주민들을 위한 스포츠 시설 등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새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울주군의회는 17일부터 진행 중인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부지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울주군 관계자는 "세금으로 매입한 부지인 만큼 어떻게든 활용하려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아쉬움만 남았다"며 "현재 각 부서에서 새로운 활용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