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전 그날’이 서울 서대문형무소 제 10, 12 옥사에서 19일 개막된다. 4800여명의 일제 주요 감시대상 중 3·1 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의 1000명의 인물카드가 터널 모양으로 전시돼 있다.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19/6ff7e264-1972-439c-a45e-61428c216013.jpg)
3·1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특별전 ‘문화재에 깃든 100년전 그날’이 서울 서대문형무소 제 10, 12 옥사에서 19일 개막된다. 4800여명의 일제 주요 감시대상 중 3·1 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의 1000명의 인물카드가 터널 모양으로 전시돼 있다. [뉴시스]
옥사 내부, 이곳의 지붕은 지붕이 아니고, 방도 방이 아니다. 차라리 거대한 냉동고에 가깝다. 겨울엔 심장까지 얼어붙을 것 같은 곳, 여름엔 ‘똥통이 끓었다’는 지옥 같은 곳. 하지만 이곳에서 보내는 수형 기간을 의연하게 받아들인 이들이 적잖았다. 1919년 3월 5일 남대문 앞 시위에 참여했다가 일경에 체포된 청년 심훈(1901~1936)도 그들 중 하나였다. 심훈은 그해 8월 29일 이곳에서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어머님! 어머님께서는 조금도 저를 위하여 근심치 마십시오. 지금 조선에는 우리 어머님 같으신 어머니가 몇 천 분이요 몇 만 분이나 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머님께서도 이 땅에 이슬을 받고 자라나신 공로 많고 소중한 따님의 한 분이시고, 저는 어머님보다도 더 크신 어머님을 위하여 한 몸을 바치려는 영광스러운 이 땅의 사나이외다.”
심훈은 이어 “(제가) 콩밥을 먹는다고 끼니마다 눈물겨워 하지도 마시라”며 “어머니께서 절구에 메주를 찧으실 때면 그 곁에서 한 주먹씩 주워 먹고 배탈이 나던, 그렇게도 삶은 콩을 좋아하던 제가 아닙니까?”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문화재에 깃든 100년 전 그날’전을 19일부터 연다. 그동안 발굴해온 항일독립 문화재 등 항일 문화유산 56점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많은 독립운동가가 거쳐 간 고통의 현장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죽음을 불사하고 치열하게 싸웠던 이들의 숨결이 공간에 절절한 이야기로 스며들어 100년 전의 역사를 돌아보게 한다.
![황현이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며 남긴 ‘절명시’. [사진 문화재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19/1c9635a0-e4d1-41e9-98d2-887bc635f5c5.jpg)
황현이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며 남긴 ‘절명시’. [사진 문화재청]
“어지러운 세상에 떠밀려 백발의 나이에 이르도록/ 몇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네/ 이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바람 앞의 가물거리는 촛불 푸른 하늘 비추누나(…)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역사를 돌이켜보니/ 글 아는 사람 구실 어렵기만 하구나….”
황현은 “사대부들이 염치를 중히 여기지 않고 직분을 다하지 못하여 종사를 망쳐 놓고도 자책할 줄 모른다”고 통탄했다.
![황현의 유물 『사해형제』와 『수택존언』. 『수택존언』에는 매천이 스크랩한 당시 항일 투쟁 관련 기사들이 들어있다. [사진 문화재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19/cdc88560-48e9-4985-8b7d-01cbf3be3ce5.jpg)
황현의 유물 『사해형제』와 『수택존언』. 『수택존언』에는 매천이 스크랩한 당시 항일 투쟁 관련 기사들이 들어있다. [사진 문화재청]
『사해형제』에는 황현의 순국을 애도하며 만해 한용운(1879~1944)이 쓴 시 ‘매천선생’이 수록돼 있다. 홍영기 순천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한용운이 1913년 ‘조선불교유신론’을 간행한 뒤 전국 유명 사찰을 순회하며 강연했다”며 “구례 화엄사에 갔을 때 황현의 동생을 만나 이 시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황현의 유물은 보존 처리가 안 돼 있어 이번 전시에선 복제본으로만 선보인다.
황현이 남긴 신문 스크랩북인 『수택존언』도 눈여겨봐야 한다. 황현이 안중근 의사 공판 기사와 안 의사가 의거 전 남긴 시를 꼼꼼하게 수집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유관순 의사의 신상을 기록한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 카드. [사진 문화재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19/c2a686d3-1d15-4634-a93e-e8a4cba0a9ab.jpg)
유관순 의사의 신상을 기록한 일제 주요감시대상 인물 카드. [사진 문화재청]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의 친필 원고. [사진 문화재청]](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19/5f0d59e8-d5a0-4725-a13b-0468dbda3ae6.jpg)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의 친필 원고. [사진 문화재청]
최근 등록문화재로 예고된 이봉창(1900~1932) 의사의 선서문,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인 조소앙(본명 조용은·1887~1958)이 쓴 ‘대한민국임시정부 건국강령 초안’(등록문화재 제740호), 백범 김구가 쓴 붓글씨, 일제강점기에 발행한 가장 오래된 원본 광복군가집인 『광복군가집 제1집』도 볼 수 있다. 전시는 4월 21일까지.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