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65세 판결' 도미노···"지하철 무임승차 70세로"

서울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승차하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 지하철에서 노인들이 승차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1일 육체근로자의 노동 가동연한을 만 65세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노인의 기준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년과 관련된 대법원의 판단이 부른 ‘도미노 효과’의 첫 사례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와 부산ㆍ대구ㆍ인천ㆍ광주ㆍ대전 등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6개 광역자치단체는 26일 “연간 수천억원에 이르는 법정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청했다.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노인복지법에 따른 만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1984년부터 시행한 제도다. 노인복지법에선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 등 6대 도시에서 2017년 무임 승차자는 연인원 4억4300만 명에 이른다. 총 승객 25억3000만 명 중 17.5% 수준으로 운임 손실은 5925억원이었다. 지난해엔 611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고령화로 무임 승객은 계속 늘고 있다.

그간 6개 지자체는 “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기획재정부는 “도시철도 운영은 지자체의 고유 업무”라며 선을 그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상향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법원이 육체근로자의 가동 연한을 만 65세로 판단한 만큼 조만간 이 같은 기준이 정년 연장에 반영될 것”이라며 “따라서 무임승차 연령 상향 조정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높이면 전국 6개 지자체 무임 손실분의 20.9%가 줄어든다. 지난해 기준으로 6113억원(추정치)인 손실분은 4834억원으로 감소한다. 서울시에서만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노인이 134만9028명에서 88만4681명으로 줄어든다(2018년 기준). 무임손실분도 4140억원에서 3423억원으로 줄어든다.  

이러한 노인 기준 상향을 요구하는 도미노 효과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장기요양보험 등 연령을 기준으로 제공되는 노인 복지 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워크숍에서 “2026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인 연령 기준을 현행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단계적으로 높이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무임승차 연령 조정에 대해) 점진적 상향을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고 말한 바 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노인들의 이동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전제로 연령 조정은 검토해볼만하다"며 "출퇴근 시간에는 정상요금을 받는 등 시간대별로, 순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노인 연령 기준을 일률적으로 올리면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무임승차, 국민연금, 정년 등 제도마다 융통성 있게 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