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넘어간 적 없다"…역대 민선 영천시장 모두 사법처리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석 전 영천시장(왼쪽)이 지난해 11월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석 전 영천시장(왼쪽)이 지난해 11월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영석(68) 전 경북 영천시장이 지난 26일 뇌물수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영천시의 역대 민선 시장 4명이 모두 사법처리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대구지법 형사11부는 이날 공무원 승진 대가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시장에게 징역 5년, 벌금 1억원, 추징금 9500만원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에 넘겨지기 전 두 차례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그때마다 구속을 면했던 김 전 시장이 선고 직후 예상밖으로 법정구속됐다.

재판부는 “뇌물 교부 동기와 방법, 시기 등을 볼 때 뇌물을 줬다는 공무원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김 전 시장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승진 대가 등으로 거액을 수수한 것은 선출직 공무원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해친 것으로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커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시장은 2014년 10월 사무관으로 승진한 A씨에게서 승진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6월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인 ‘말죽거리 조성 사업’과 관련해 A씨가 추천한 특정 업체가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3000만원을 받는 등 2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45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앞서 지난달 27일 대구지검은 “피고인이 시장 직위를 갖고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고 뇌물을 받은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커 중형 선고가 필요하다”며 징역 7년에 추징금 2억원, 벌금 9천500만원을 구형했다. 


경북 영천시청 전경. [뉴스1]

경북 영천시청 전경. [뉴스1]

 
영천시 최초로 3선 시장으로 퇴임한 김 전 시장마저 실형을 받게 되면서 영천시는 1995년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이후 역대 민선 시장 4명이 모두 사법처리되는 기록을 남겼다.

영천시의 역대 민선 시장은 95년 초대 시장으로 취임한 1·2대 정재균(2008년 별세), 3·4대 박진규(78), 5·6대 손이목(67) 전 시장이다. 이들 모두 비리에 연루되면서 중도 낙마했다.

정재균 전 시장은 3년 임기를 마치고 98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은 받은 혐의로 2000년 6월 물러났다. 이어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진규 전 시장도 재선까지 갔지만 부하 직원으로부터 승진 대가로 금품을 받아 2005년 시장직을 잃었다. 손이목 전 시장도 보궐선거 당선 후 재선에 성공했으나 선거 때 허위로 재산신고를 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고 재임 시절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살았다.

영천시에서 유독 단체장 비리가 연이어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의 지방자치 불신도 만연한 분위기다. 영천이 고향인 이성환(33·대구 달서구)씨는 “영천 출신으로서 영천이 ‘비리 도시’ 오명을 쓴 것 같아 부끄럽다. 고향에서도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부정부패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영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