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국내 굴지의 IT기업 창업자가 사석에서 한 말입니다. 고되고 지난한 창업 과정을 어떻게 버텼냐는 질문에 그는 마음 속에 있던 화두를 꺼내 들었습니다. 모두가 안 된다고 말할 때 기술이라는 도구로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고 끝끝내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 그런 신념 덕분에 그는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1월 연재를 시작한 〈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이하 판교시리즈)는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한국 IT의 상징인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안팎에서 일하는 이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현장, 현재의 모습과 미래에 대한 꿈을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총 111회에 걸친 연재 속엔 수조 원대 기업을 일군 IT 거인부터 이제 막 뜨거워지는 스타트업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까지 동시대 한국 IT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지난해 5월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판교테크노밸리로 가는 길에 있는 봇들저류지공원 앞 횡단보도에서 판교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처럼 대부분 캐주얼 복장차림이며 반바지를 입은 이들도 많다. 박민제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111회에 걸친 연재물 중 독자 반응이 뜨거웠던 5개 영역의 ‘IT·스타트업 기사’를 뽑았습니다. 도전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성장 스토리가 생생하게 담긴 기사들입니다.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본문으로 이어집니다. 클릭이 안 되시면, 기사 모음 링크를 활용해주세요. https://url.kr/MNAWo5)
①판교 대해부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임현동 기자
판교의 문화는 국내 여타 기업과는 많이 다릅니다. 연봉 수십억 원을 받는 창업가도 후드티를 입고 직원들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탑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이들은 제2의 삶을 꿈꾸기도 합니다. 월요일 오전은 쉬고 주 15시간만 일할 수 있는 근무조건의 회사도 있습니다. 수평적인 기업문화는 판교 IT기업을 대학생이 다니고 싶은 기업 상위권에 올려놓은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죠. 미국 실리콘밸리 뺨치는 점심값과 나날이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교통지옥을 감내해야 하는 청년층의 모습도 분명 오늘날 판교의 단면입니다. 자유로워 보이는 스타트업에도 부조리한 조직문화에 고통받는 이들이 있죠. 판교의 현장 곳곳을 세밀하게 관찰한 기사들입니다.
대표도 직원도 점퍼·후드…“편하잖아” 판교 패션
바텐더로 변신한 김택진 대표…수직 대신 수평 택한 판교밸리
실리콘밸리 뺨치는 판교 점심값…볶음우동 한 그릇 1만4000원
집값 비싼 판교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 쌍봉낙타
미국서 배워온 스크럼, 판교선 직원 쪼는 시간
②판교의 오늘을 만든 사람들
![2003년 당시 NHN 김범수(좌), 이해진(우) 공동사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국내 메신저 1위 카카오톡과 포털 1위 네이버를 만들었다. [중앙포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6/8e0b0a10-fd10-4a22-8fea-30565d2e3145.jpg)
2003년 당시 NHN 김범수(좌), 이해진(우) 공동사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는 국내 메신저 1위 카카오톡과 포털 1위 네이버를 만들었다. [중앙포토]
1990년대를 거치며 많은 인재들이 IT산업에 뛰어들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닷컴버블 등 숱한 파고를 넘나들며 이들은 경쟁력 있는 한국 IT산업의 근간을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판교밸리 최고경영자(CEO) 중엔 IT 인재의 산실이었던 NHN과 네오위즈 출신들이 많습니다.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도 'K-게임'의 오늘을 만든 회사들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도 들어보시죠.
잘 나가는 IT 대표들, 알고 보니 ‘2N’ 출신
김범수의 진단 “DT 시대 왔다, 앞으로 10년 데이터가 돈 번다”
넷마블 방준혁 “똑똑한 IT 시대, 내 나이는 39살에 멈췄다”
“게임 규제 이젠 그러려니…한국에선 숙명”
50대에 웬 창업? “안 하면 아플 것 같아야 해볼 만한 일…그런 일 생겼다”
③판교의 미래를 만드는 사람들

지난해 3월 판교역 1번출구. 판교테크노밸리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출구 중 하나다. 오후 6시가 넘어가면 퇴근하려는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간다. 박민제 기자
숱한 새로운 창업가의 등장은 판교가 ‘한국 미래의 심장’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모바일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2세대 IT 창업가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PC 시대와 다른 모바일의 문법은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의미이기도 했죠. 지난 10여년간 무수히 많은 창업가들이 등장했고 지금 현재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7개월 만에 매출 200억원 찍었다…티몬 창업자가 꽂힌 시장
“동네 사람만 와라”이랬더니 대박 터진 AI 벼룩시장, 당근마켓
“발암물질 있어도 규제 없어” 美교수 박차고 콘돔 시장 뛰어든 그녀
취직 전엔 수강료 0원…‘IT 사관학교’, 코드스테이츠
자율주행·배송로봇에 필수인 이 기술, 카카오·네이버가 꽂혔다
④판교의 현장

김정민 기자가 지난해 11월 판교 마이다스아이티 사옥에서 AI 면접을 체험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판교에는 독특한 현장이 많습니다. 남다른 기술력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들이 차고 넘칩니다. 채용에서부터 기존 대기업과는 다른 길을 걷습니다. 문화가 다른 만큼 인재도 다르게 뽑습니다. 판교 기업의 독특한 현장을 담았습니다.
아마존·구글 눈독 들인다…돈 버는 농사꾼 만드는 ‘애그테크’
집에 앉아 화상면접, 원서 내고 2주 만에 초고속 채용
1분간 소리 질렀더니 피비린내 전쟁터 실감
판교 대신 성장률 6666% 도전, 86학번 아닌 86년생은 달랐다
AI 면접관과 게임하면 성향·역량 다 드러난다
⑤판교인의 목소리

장류진 작가의 단편소설『일의 기쁨과 슬픔』에 등장하는 ‘판교육교’의 실제 모델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동안교 조형물. 판교역에서 봇들저류지 공원을 넘어 엔씨소프트 사옥 방면으로 가는 동안교에 한쪽에 설치돼 있다. 육교 모양이기는 하지만 도로를 가로질러 길 건너편으로 이어지지 않고 도로와 평행하게 놓여있다. 분당구청 관계자는 ’2009년 판교 택지를 개발하면서 각 다리마다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그 일환으로 설치됐다“며 ’육교라기 보다는 사진을 찍거나 경치를 보는 전망대“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판교테크노밸리에는 1259개 기업(2020년 기준)에 약 7만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30대(45.09%)가 가장 많고 40대(27.43%), 20대(18.95%) 순입니다. 50대가 많은 오피스 밀집 지역과는 많이 다릅니다. 젊은 창업가들이 모여있다 보니 이들이 내는 목소리도 독특합니다. 한 번쯤 귀담아들어 볼 만한 얘기들입니다.
“10년 후엔 우리 무너뜨릴 수 있다. 요즘 대기업 스타트업 겁내”
“원격수업으로 교육격차 더 심해진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
‘김기사’ 신화 박종환 “판교에 헝그리 정신이 없다”
창업 생태계에도 여성 차별 존재할까
“외국인 대출 잘 안돼…천재 개발자도 2년이면 떠나요”
박민제·김정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