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 직원을 당직실에 가두고 불을 끈 뒤 질책 하는 등 옆에서 보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다”
“과거에도 이유 없이 심한 욕설을 하거나 악의적인 소문을 내 퇴사하려고 한 다른 직원도 있다”
강원도청 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해당 사건에 대한 청원경찰 내부 증언이 추가로 나오고 있다. 일부 청경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청경들의 주장과 달리 피해 직원 A씨의 근무 태도는 평소 성실하다”고 말하는 한편 “과거에도 유사한 형태의 집단 괴롭힘이 있었다”며 청경 내 문화를 지적했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일부 청경의 시간외수당 부당수령 문제, 편 가르기 의혹도 제기되는 등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청경 조직 내에는 “A씨의 직장 생활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하혈에도 출근하라 했다” vs “피해자 근태 불량”

권혁재 기자.
그러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한 청경 간부는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이 잦고 화장실 이용 시간이 긴 등 A씨의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며 “규정을 이유로 한 휴가 사용 일수가 많고 청경 내 문제를 도청 내 여러 부서에 제보해 조직 분위기가 전에 없이 안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A씨 근태 문제 없어” vs “의자 흔들고 경계 허술”

지난 7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청원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다. 연합뉴스
B씨는 “A씨가 지난 1월 ‘근무 환경이 지나치게 춥다. (건강 악화로) 이불이 다 젖을 정도로 하혈을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며 “산부인과 수술까지 받았지만 일부 청경들은 ‘네가 그 전부터 그런 병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사적인 부분까지 건드리곤 하는데 폭언을 넘어서 인격적으로 좋지 않은 언사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싫다는 직원을 불이 꺼진 당직실 안으로 불러 상관 2명이 질책하고 ‘네가 남자였으면 더 심한 욕설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폭언에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청경들은 A씨의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는 입장이다. 한 청경은 “도청 앞 시위가 있을 때 A씨가 근무를 설 때만 경계가 허술해지는 데다 근무시 앉아서 의자를 흔드는 등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았다”며 “반장·조장 등 지시에는 사사건건 ‘지시하지 말라’고 하는 등 반박해 오히려 상급자들의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A씨 상관은 “현장 조장 중에는 (A씨의 이런 태도에 대해) 바로바로 지적을 하는 등 개성이 강한 리더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오해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집단 괴롭힘…나도 피해자였다”

2018년 3월 충남 홍성군 홍북읍 당시 충남 도지사 관사에서 청원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다. 뉴스1
C씨는 “하루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하는데 한 직원이 다짜고짜 ‘때려봐 병X XX’라고 욕설을 해 결국 폭행을 저지른 적이 있다”며 “괴롭힘 방식이 유사해 A씨 일은 제 왕따 사건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C씨는 최근 A씨에 대한 괴롭힘을 보다 못해 가해자로 지목된 청경 D씨에게 “그만하라”고 조언했지만 D씨는 “경찰에 신고하게 (자신을) 때려보라”고 해 폭행사건도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D씨는 “C씨가 '그만하라'고 조언한 적도 없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이라며 "심한 폭행으로 C씨가 과거 2차례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A씨의 추가 증언도 이어졌다. A씨는 “지난 8월엔 점심 시간을 주지 않아 밥을 못 먹기도 했다”며 “정오에 교대를 하고 11분만에 다시 호출해 근무를 섰지만 추가로 식사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여러번 휴가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건 이 같은 괴롭힘으로 인해 건강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라며 “무분별하게 휴가를 사용해 괴롭힘 원인이 됐다는 청경 간부의 해명은 인과관계가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외수당 부당수령 의혹…다른 문제까지 불거져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일부 청경들은 “해당 간부가 초과근무를 하는 시간에 주로 TV를 보거나 차를 타고 출타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외 근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이에 지난 7월 중순 근무 형태를 현업직에서 일반직으로 변경했다. 한 청경은 “A씨의 집단 괴롭힘에 대해 보고했지만 중재는커녕 ‘그래도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식으로 말해 놀랐다”며 “미리 A씨의 피해를 주변에 알릴 걸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