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원도청 '하혈 출근' 분노 터졌다, 청경들 “나도 피해자”

“싫다는 직원을 당직실에 가두고 불을 끈 뒤 질책 하는 등 옆에서 보고 있기가 어려울 정도다”
“과거에도 이유 없이 심한 욕설을 하거나 악의적인 소문을 내 퇴사하려고 한 다른 직원도 있다”
 
강원도청 내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중앙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해당 사건에 대한 청원경찰 내부 증언이 추가로 나오고 있다. 일부 청경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청경들의 주장과 달리 피해 직원 A씨의 근무 태도는 평소 성실하다”고 말하는 한편 “과거에도 유사한 형태의 집단 괴롭힘이 있었다”며 청경 내 문화를 지적했다. 특히 이 사건을 계기로 일부 청경의 시간외수당 부당수령 문제, 편 가르기 의혹도 제기되는 등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청경 조직 내에는 “A씨의 직장 생활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하혈에도 출근하라 했다” vs “피해자 근태 불량”

권혁재 기자.

권혁재 기자.

A씨는 지난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1월부터 약 9개월에 걸쳐 폭언, 허위 소문, 부당한 질책 등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와 고용노동청에 정식으로 이 문제를 신고했다”고 말했다. 근무 시 앉은 자세 등을 지적하며 1시간 이상 질책하거나 하혈 수술에도 무리하게 출근을 요구하는 등 정신적·신체적 피해가 컸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같은 직급의 청경이 전화, 화장실 이용 시간 등을 모두 허락받으라고 위협해 숨이 막힐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한 청경 간부는 “근무 중 휴대전화 사용이 잦고 화장실 이용 시간이 긴 등 A씨의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며 “규정을 이유로 한 휴가 사용 일수가 많고 청경 내 문제를 도청 내 여러 부서에 제보해 조직 분위기가 전에 없이 안 좋아졌다”고 주장했다.

[단독]“하혈 사흘 뒤 출근 요구” 강원도청 뒤집은 女청경 고발

 

“A씨 근태 문제 없어” vs “의자 흔들고 경계 허술”

지난 7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청원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다. 연합뉴스

지난 7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청원경찰들이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도청 내 청경 B씨는 “A씨의 근무 태도는 불성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B씨는 “도청 본관·별관 등에서 민원인을 안내하는 게 A씨 업무인데, 과거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인 관광객 단체 방문이 잦았을 땐 일본어로 직접 안내를 하기도 했다”며 “도청 조직도를 보지 않고도 여러 과의 업무를 다 외울 정도로 성실하다”고 증언했다. 


B씨는 “A씨가 지난 1월 ‘근무 환경이 지나치게 춥다. (건강 악화로) 이불이 다 젖을 정도로 하혈을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며 “산부인과 수술까지 받았지만 일부 청경들은 ‘네가 그 전부터 그런 병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사적인 부분까지 건드리곤 하는데 폭언을 넘어서 인격적으로 좋지 않은 언사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싫다는 직원을 불이 꺼진 당직실 안으로 불러 상관 2명이 질책하고 ‘네가 남자였으면 더 심한 욕설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폭언에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청경들은 A씨의 근무 태도가 불량하다는 입장이다. 한 청경은 “도청 앞 시위가 있을 때 A씨가 근무를 설 때만 경계가 허술해지는 데다 근무시 앉아서 의자를 흔드는 등 근무 태도가 좋지 않았다”며 “반장·조장 등 지시에는 사사건건 ‘지시하지 말라’고 하는 등 반박해 오히려 상급자들의 고통이 크다”고 말했다. A씨 상관은 “현장 조장 중에는 (A씨의 이런 태도에 대해) 바로바로 지적을 하는 등 개성이 강한 리더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오해도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집단 괴롭힘…나도 피해자였다”

2018년 3월 충남 홍성군 홍북읍 당시 충남 도지사 관사에서 청원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다. 뉴스1

2018년 3월 충남 홍성군 홍북읍 당시 충남 도지사 관사에서 청원경찰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이 없다. 뉴스1

과거에도 청경 내 집단 괴롭힘 사례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청경 C씨는 “저는 과거 A씨와 같은 직장 내 왕따 피해자였다”며 “악의적 소문을 내거나 ‘화장실을 가지 마라. 밥을 먹지 마라. 비번인 날도 운동하지 마라’고 하는 등 약 7년간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5년도 청경 근무 태만에 관한 익명 제보가 있었을 땐 저를 제보자로 몰아 소문낸 적도 있다”며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을 때인데도 불구하고 악의적 소문은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C씨는 “하루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퇴근하는데 한 직원이 다짜고짜 ‘때려봐 병X XX’라고 욕설을 해 결국 폭행을 저지른 적이 있다”며 “괴롭힘 방식이 유사해 A씨 일은 제 왕따 사건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C씨는 최근 A씨에 대한 괴롭힘을 보다 못해 가해자로 지목된 청경 D씨에게 “그만하라”고 조언했지만 D씨는 “경찰에 신고하게 (자신을) 때려보라”고 해 폭행사건도 벌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D씨는 “C씨가 '그만하라'고 조언한 적도 없고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이라며 "심한 폭행으로 C씨가 과거 2차례나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A씨의 추가 증언도 이어졌다. A씨는 “지난 8월엔 점심 시간을 주지 않아 밥을 못 먹기도 했다”며 “정오에 교대를 하고 11분만에 다시 호출해 근무를 섰지만 추가로 식사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여러번 휴가를 쓸 수 밖에 없었던 건 이 같은 괴롭힘으로 인해 건강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라며 “무분별하게 휴가를 사용해 괴롭힘 원인이 됐다는 청경 간부의 해명은 인과관계가 뒤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외수당 부당수령 의혹…다른 문제까지 불거져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관계자들이 지난 7월 15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이번 일을 계기로 청경 내 또다른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복수의 청경은 “한 청경 간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일반직인데도 불구하고 24시간 경계 근무를 하는 '현업직'으로 등록해 놓고 시간외수당을 받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간부는 “전날 있었던 상황 등 정리를 위해 8시 이전 출근하고 저녁에는 차가 밀릴 것을 고려해 다소 늦게 퇴근할 때도 있는데 이때 대기하는 시간은 한달에 20여시간 될까 말까다”며 “수령 금액도 다른 현업직의 절반 정도인 40만~5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청경들은 “해당 간부가 초과근무를 하는 시간에 주로 TV를 보거나 차를 타고 출타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외 근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간부는 이에 지난 7월 중순 근무 형태를 현업직에서 일반직으로 변경했다. 한 청경은 “A씨의 집단 괴롭힘에 대해 보고했지만 중재는커녕 ‘그래도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식으로 말해 놀랐다”며 “미리 A씨의 피해를 주변에 알릴 걸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