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기업은 '성장동력·사업다변화'에 47조 썼다

현대차가 지난해 연말 인수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중앙포토

현대차가 지난해 연말 인수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 중앙포토

 
국내 상위 10대 기업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도 20건의 인수합병(M&A)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본지가 미국 기업통계 업체 캐피탈 아이큐(Capital IQ)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여파에도 신성장 동력 찾을 찾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인수합병 시계는 꾸준히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인수합병 키워드는 미래성장 동력 확보 

10대 기업의 인수합병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미래성장 동력 확보였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인수가만 10조 3000억원으로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현대차그룹도 굵직한 해외 기업 인수를 2건이나 내놨다. 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GM 공장 인수다.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 금액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1조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원표 베인앤드컴퍼니 시니어 파트너는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현대차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게 가장 인상 깊었다”며 “기존에 없던 신기술 확보와 새로운 시장 확장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총 3위에 오른 LG화학은 기존 시장 확대를 우선순위에 뒀다. LG화학은 지난해 3월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TV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이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 증설을 위한 것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 확대를 내다본 선제 투자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 플래시부문을 10조원에 인수했다. 중앙포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낸드 플래시부문을 10조원에 인수했다. 중앙포토

삼성 인수합병 시계 지난해 멈춰 

삼성의 지난해 인수합병 시계는 사실상 멈춰섰다. 시총 1위 삼성전자를 포함해 삼성바이오로직스(5위), 삼성SDI(7위) 등 기업 3곳이 시총 상위 10대 기업에 올랐지만 인수합병 실적은 저조했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가 미 모바일 망 설계 전문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을 인수한 게 전부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경쟁 관계에 있는 셀트리온(시총 6위)이 지난해 6월 일본 제약사 다케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권을 사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인수합병은 기술력, 거버넌스 등과 연결돼 있어 기업 의사 결정에서도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등으로 삼성은 굵직한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원표 파트너는 “삼성은 하만을 제외하면 인수합병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보긴 어렵다”며 “지난해 상황을 놓고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은 건수만 놓고 보면 다른 기업을 압도했다. 네이버 6건, 카카오 8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여성의류 쇼핑몰 립홉을 포함해 게임개발사,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을 인수했다. 정태경 세한대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플랫폼 기업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수는 기술 선점을 위한 목적”이라며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시총 10위 기업 인수합병 기업 및 금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시총 10위 기업 인수합병 기업 및 금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카오 지난해 8곳 인수합병 

카카오는 10대 기업 중 인수합병 건수가 가장 많았다. 전자책 출판사, 드라마 제작사 등 인수 업종도 다양했다. 이 중에서 눈에 띄는 건 지난해 11월 인수한 골프장 건설업체 가승개발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VX가 2012년부터 스크린 골프 사업을 진행했다”며 “사업 확장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인수합병 시기는 1·4분기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 대부분이 1·4분기에 인수합병을 끝냈다. 이는 코로나19 불확실성이 기업 사이에서 퍼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황용식 교수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분기와 3분기에는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업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며 “4분기에는 백신 개발 소식과 코로나가 일상화하면서 기업이 인수합병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코로나 이후에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대비한 인수합병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제도팀장은 “지난해 국내 기업의 인수 합병 거래금액은 47.6조원으로 2019년 41.4조원에 비해 15%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상황에도 국내 기업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이후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기업의 인수합병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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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