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가 서두르는 전작권 전환…오스틴 “조건 충족 시간 걸릴 것”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조건들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전작권 조기 전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 1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뒤 미측 최고위급 당국자가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가) 즉각 준비 태세인 ‘파이트 투나이트(fight tonight)’를 (유지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들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전환 과정을 통해 동맹이 강화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대신 ‘올해 전환 연도 확정’에 초점을 맞춰 미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중앙일보 1월 25일자 1면〉 이와 관련, 익명을 요청한 군 고위 관계자는 “오스틴 장관의 발언으로 볼 때 올가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발표한다는 정부 계획이 실현되기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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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장관은 이날 대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세계적인 안보 도전과제와 장기적인 전략적 경쟁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며 “특히 중국은 미 국방부 관점에서 도전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안보와 안정을 제공하는 중요한 국가”라며 “북한과 중국의 전례 없는 위협으로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스틴 장관의 발언을 놓고 “한국에 전작권을 넘겨줄 경우 중국 견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날 오스틴 장관은 2018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실기동 훈련을 하지 않는 등 한·미 연합훈련 규모가 축소된 것과 관련해 “대비 태세는 최우선 과제”라면서 “향후 훈련 계획이나 양상에 대해선 한·미가 공동으로 판단할 사항”이라고만 답했다. 또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도입 계획에 대해선 “만약 한국이 핵잠수함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한국 정부에서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철재·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