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지옥' 홀로 갇힌뒤 기적의 생존…美소방관 놀라운 정신력 [영상]

미국 서부 오리건주(州) 남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진압 중에 실종된 소방관이 구조 헬기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21일(현지시간) 지역 방송 KRNV 등이 전했다.  

이 소방관은 지난 18일 오리건주 레이크 카운티에서 이른바 ‘부트레그 산불’로 불리는 산불을 진압 중에 동료들과 떨어져 길을 잃었다. 한 치 앞도 보기 힘들 정도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다. 현재 미국에선 대형 산불만 83건이 신고됐고, 오리건주의 산불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17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남부에서 발생한 부트레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 남부에서 발생한 부트레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사건 접수 이후 네바다주 방위군은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구조헬기를 현장에 급파했다. 매연과 불기둥으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웠지만, 한 시간여의 수색 끝에 조종사 케빈 킬러(47)는 최초 실종 장소에서 1.5마일(약 2.4㎞) 떨어진 곳에서 소방관을 발견할 수 있었다.

KRNV는 “실종 소방관은 정신력을 발휘해 구급차가 올 수 있는 도로를 찾아 올라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소방관은 곧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특별한 부상은 없었다.

같은 날 오리건주 산불 진화 현장에선 화마를 피해 나무에 올라타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던 새끼 곰이 구조대를 만나기도 했다. 이 새끼 곰은 소방관들로부터 물을 얻어 마신 후 무사히 안전 지역으로 이동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부트레그' 현장 인근에서 새끼 곰 한 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이 새끼 곰은 현장으로 투입되는 소방관들로부터 물을 얻어 마신 후 무사히 자리를 떴다. [AP=뉴시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오리건주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 '부트레그' 현장 인근에서 새끼 곰 한 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이 새끼 곰은 현장으로 투입되는 소방관들로부터 물을 얻어 마신 후 무사히 자리를 떴다. [AP=뉴시스]

지난 6일 오리건주 남부에서 시작된 산불은 2주 동안 2000명이 넘는 소방관이 투입됐지만, 아직 30% 정도밖에 불길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2000명이 넘는 주민이 대피했고, 200채 가까운 주택과 건물이 불에 탔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주지사는 “1900년 이래 오리건주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4번째로 큰 산불”이라며 “건조한 데다 바람이 불고 번개까지 쳐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몇 주 전 열돔 현상으로 많은 이들을 잃었다. 기후 변화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모습. 미국 서부의 대규모 산불로 인해 동쪽으로 수천㎞ 떨어진 뉴욕시의 대기질도 세계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모습. 미국 서부의 대규모 산불로 인해 동쪽으로 수천㎞ 떨어진 뉴욕시의 대기질도 세계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전국합동화재센터에 따르면 미 서부에서 부트레그 산불 외에도 13개 주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번지며 그 연기가 뉴욕시를 비롯한 동부 지역까지 퍼지고 있다.

이에 CNN 방송은 “기후 변화가 전례 없이 파괴적인 산불을 ‘뉴노멀’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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