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한결' 구조견 짖자 실종자 나왔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최초로 발견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3살 독일산 셰퍼드 수컷 '한결(갈색 털)'이가 핸들러 이승호 소방장과 무너진 건물 내부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진 중앙119구조본부
소방당국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 12일부터 중앙119구조본부 119구조견교육대 이민균 훈련관의 지휘·통제 아래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8마리, 전남소방본부 소속 2마리 등 1급 구조견 10마리와 핸들러(운용자) 10명을 5개 팀으로 구성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이 훈련관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개들이 반응을 보이고 난 다음 핸들러 2명이 개를 대기시킨 뒤 육안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소백'의 핸들러는 김성환 소방장, '한결'의 핸들러는 이승호 소방장이다.

지난 13일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3살 독일산 셰퍼드 수컷 '한결(갈색 털)'이가 핸들러 이승호 소방장과 무너진 건물 내부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진 중앙119구조본부
"폭탄 맞은 것처럼 뚫린 구멍서 실종자 발견"
그러면서 "토사물과 함께 콘크리트·모래 등이 쌓여 있어 (지하 1층에서) 위를 봤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핸들러들 눈에 (실종자의) 손가락 끝마디가 살짝 보였다"고 했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최초로 발견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7살 리트리버 수컷 '소백(검은 털)'이가 핸들러 김성환 소방장과 무너진 건물 밖에서 수색하고 있다. 사진 중앙119구조본부
구조견, 사람 냄새 맡아 위치 확인
구조견들은 실종자를 어떻게 찾을까. 이 훈련관에 따르면 구조견은 사람의 취기(醉氣)나 잔존취 등 냄새를 맡아 위치를 확인한다. 사람의 냄새를 맡으면 수색 지역 내 구조 대상자가 매몰돼 있거나 그 안에 있다고 본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최초로 발견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7살 리트리버 수컷 '소백(검은 털)'이가 핸들러 김성환 소방장과 무너진 건물 내부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사진 중앙119구조본부
육안 확인 안 되면 내시경 카메라 동원
구조견은 핸들러와 1대 1 혹은 2대 2 한 팀을 이룬다고 한다. 구조견이 구조 대상자가 있다고 인지한 곳에서 짖으면 같이 있는 한 팀이 다시 구조견을 보내 정확한 반응인지 확인하는 식이다. 이 훈련관은 "구조견 두 마리가 점검을 같이 한다"며 "둘 중 한 마리가 최초로 구조 대상자를 발견하고, 나머지 한 마리를 집어넣어 재차 있는 것을 확인하면 핸들러가 마지막으로 육안으로 확인한다"고 했다.
구조견이 계속 짖고 있는데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면 구조견이 발견한 장소에 폴리스 라인을 치거나 삼각형 깃발을 꽂는 등 표식을 하게 돼 있다고 한다. 이후 첨단 장비팀이 내시경 카메라나 서치탭, 열화상 카메라 등을 가져와 실제 그 안에 구조 대상자가 있는지 확인한다는 게 이 훈련관의 설명이다.

지난 13일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수색 중 발을 다친 5살 말리노이즈 수컷 '장고(갈색 털)'가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철근·콘크리트 쌓여…당장 구조 어려워
구조견들의 야간 수색에 대해서도 이 훈련관은 "부적합하다"고 했다. 그는 "구조견이 활동하는 데 시야 확보가 안 되는 데다 수많은 철근이 튀어나와 있고, 바닥에 유리 등이 많아 현장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며 "게다가 눈이 내린 상태였고, 건물이 언제 붕괴할지 몰라 구조견과 핸들러의 안전이 확보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낮에는 난다, 긴다 하는 베테랑 1급 구조견조차 밤에는 활동성이 떨어진다"며 "안전이 확보된 외부 공간을 제외하고는 이른 새벽부터 해 질 무렵까지만 수색하고 대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수색 중 발을 다친 5살 말리노이즈 수컷 '장고(갈색 털)'가 다리에 붕대를 감은 뒤 핸들러인 손도환 소방장과 걷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포비'·'장고' 구조견 2마리 수색 중 다쳐
이 훈련관은 "오전 10시쯤 사고 현장에 들어갔다 11시쯤 수색을 마친 뒤 개체 점검 과정에서 부상을 확인했다"며 "날카로운 물건에 발바닥(패드)이 베인 찰과상이었으나, 그만큼 수색 현장이 위험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이틀째) 22층에서 26층 사이에서 구조견들의 반응이 있었는데, 토사물이 많은 데다 바닥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위험 때문에 수색을 잠시 멈춘 상황"이라고 했다.
이 훈련관은 "붕괴 현장의 경우 분진이 많고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구조견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수색을 하면 1시간 이상은 쉰다"며 "구조견의 후각 능력과 건강 등을 시간대별로 체크하면서 순차적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조견은 반려견이자 구조대원에게는 동료이자 친구"라며 "기계처럼 운용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현대산업개발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6명 중 1명으로 추정되는 남성을 최초로 발견한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구조견 7살 리트리버 수컷 '소백(검은 털)'이와 3살 독일산 셰퍼드 수컷 '한결(갈색 털)'이가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방당국 "위험한 상황이지만 실종자 수색 최선"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벽 등이 무너져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