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검사장 급 인사를 외부 공모 형식으로 한 자리에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이 지난 11일 (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한법률가협회 간담회에서 강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원자는 검찰청법 28조에 따라 10년 이상 경력의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변호사 자격을 갖고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공영기업체, 공공기관 또는 그 밖의 법인에서 법률사무에 종사한 사람 ▶변호사 자격을 갖고 대학에서 법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이어야 한다.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대재해 전문성 강화’라는 인사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박 장관은 “광주에서 학동 건물 붕괴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신축 아파트 건물 외벽이 붕괴하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며 “산업재해와 노동 인권에 식견이 높은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이어 “수사 초기 대응 방식이나 양형 인자의 발굴, 재판부 설득 법리 연구 검토 등을 총체적으로 볼 ‘헤드’가 필요하다”며 “1~2월 안에 인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검사장 급 인사를 외부 공모 형식으로 한 자리에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공석인 광주·대전고검 차장검사 두 자리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정권 말 검사장 승진 인사는 부담이 크다”며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인사 대상 보직에 대해 박 장관은 “머릿속에 두고는 있는데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광주 건물 붕괴 사건을 언급한 만큼 광주고검 차장 검사 자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간 고검 차장검사 등 수사 지휘라인 검사장 자리에 검찰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가 기용된 전례가 없다. 이런 만큼 실제 외부 수혈 인사가 이뤄지면 검찰 내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장 이날 인사 공고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유미 광주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선을 지원할 인력이 아니라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전문가를 뽑는다고 하니 절로 고개가 갸우뚱한다”며 “엉뚱한 인사를 검찰에 알박기 하려는 시도는 아닐테지요”라고 적었다. 일각에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같은 친여 성향 단체 출신 인사가 발탁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선전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도 계속해서 나온다. 과거에는 정권 말 검사장 승진 인사가 거의 없었다. 인사 시기에 이미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이 나왔고, 대통령 취임을 앞둔 시기여서다. 하지만 올해는 대선(3월 9일) 전 인사 시기가 도래했다. 박 장관이 1명 외부 공모를 언급했지만, 고검장급 자진 사퇴자가 나올 경우 승진 폭이 커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친 정부 성향의 검사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사를 단행하기 보단 다음 정부에 인사 선택권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