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919동 방재실 내부 모습. 이병준 기자
서울대 학생 정모(24)씨가 관악학생생활관 919동 1층 복도를 채운 검은 연기를 본 건 지난 16일 오후 3시쯤이었다. 1층 체력단련실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정씨는 체단실 개장 후 화장실에 갔다가 건물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연기를 봤다고 했다. 매캐한 냄새도 났다. 정씨는 복도에 있던 다른 학생 한 명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정씨는 학교 측에, 다른 학생은 119에 화재 사실을 알렸다. 오후 3시 8분 무렵이었다.
같은 층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50대 직원 A씨는 정씨의 “불이 났다”는 외침을 듣고서야 화재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A씨는 생활관 식당 취사실에 붙어 있는 휴게실에 조리사와 영양사 등 직원이 남아 있다는 걸 떠올렸다. 식당 안은 연기가 자욱해 들어갈 수 없었다. A씨는 전화로 이들에게 연락을 했다. 그는 “시커먼 검댕을 뒤집어쓴 채로 직원들이 나왔다.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건물을 빠져나온 정씨는 919동 앞 광장을 돌며 “불이 났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하나둘씩 건물 밖으로 나왔다. 정씨를 비롯한 학생들은 화재 사실을 모르고 생활관 1층으로 들어오려는 학생들을 막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을 화재 추정 장소로 인솔하기도 했다.

17일 화재가 났던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앞에 검댕이 묻은 마스크가 떨어져 있다. 이병준 기자
학생들 “대피 방송 안 들렸다”
정씨는 “오후 3시쯤 희미한 알림 같은 소리가 1분쯤 이어지다가 그쳤다”며 “워낙 작은 소리고 금방 그쳐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대피 학생 C씨(20)는 “거실에 있었던 사람 말로는 ‘화재 경보가 잠깐 나오다가 그쳤다’고 하는데, 방에 있어서 그런지 못 들었다. 대피 방송은 없었다”고 했다.
생활관 측은 18일 “화재 경보가 세 차례 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보기가 작동되는 방재실에 불이 번지면서 경보 시스템이 손상됐고 이로 인해 경보가 울리다가 꺼진 것으로 학교 측은 추정하고 있다. 학교 측은 또 대피 안내 방송 역시 화재 경보에 뒤따라 나오게 되어 있는데, 경보가 꺼지며 방송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생활관 측은 화재 초진이 끝난 시각인 오후 3시 40분쯤 문자 메시지로 화재 관련 최초 공지를 했지만, 학생들은 그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화 장소를 ‘취사실’이라고 잘못 적었고, ‘연기가 유입되면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대피 요령 역시 일반적인 화재 대피 요령과 다르다면서다. 서울종합방재센터는 화재 시 대피 요령으로 “연기가 창문이나 문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면 담요나 시트, 양말 등을 물에 적셔 틈을 막아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재 이후 서울대 관악학생생활관 측이 학생들에 보낸 문자. 이병준 기자
서울대 “생활관 추가 안전 점검”

18일 관악학생생활관 1층 식당 모습. 이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