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기표소 모습. 연합뉴스
선관위, 2020년 ‘투표 보조지침’ 삭제
유씨 아들은 지난 선거 땐 투표 보조를 했다고 한다. 기표소 안에서 아들에게 투표용지에 있는 후보들을 짚으며 공부한 공약·정책내용을 반복해 이야기해주면 아들이 지지 후보를 선택해냈다.
유씨 아들이 보조를 받아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한해 전인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변경된 선거사무지침 탓이다. 당시 선거사무지침에서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 보조 지침’이 삭제됐으나 유씨는 이를 알지 못한 채 투표장에 갔다. 유씨는 마포구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전처럼 투표 보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아들 혼자 들여보냈다.
유씨는 “발달장애도 나타나는 증상이 저마다 달라 그에 맞는 투표 보조가 꼭 필요하다”며 “전국 발달장애인이 25만 명인데 앞으로 그들의 표를 다 무효표로 만들 셈이냐”고 했다.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의 공직선거에 대한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차별 구제청구소송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 단체 회원들. 연합뉴스
“의사결정권 침해 우려” 보조지침 삭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중에서도 이같은 조처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가 오히려 이들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중증 발달장애 아들을 둔 김모(70·여)씨는 “솔직히 발달장애인이 정치적 배경이나 후보의 공약 등을 제대로 알긴 어렵다”며 “부모가 찍으라는 대로 찍는 건 당사자의 의견과는 무관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7월 ‘발달장애인의 투표보조 허용’이 골자인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법안 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는 못했다.
장애인 단체, 차별구제 청구소송 제기
장애인연대 측 관계자는 “일부 장애인들은 인적사항 확인 등 투표를 하면서 거치게 되는 여러 절차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아 공적 조력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들의 참정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의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그림투표 용지. 후보자의 사진이 함께 나와있다. [사진 소소한소통]](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23/e82fe1d2-5c86-4259-82af-484c6a2cd796.jpg)
대만의 발달장애인 등을 위한 그림투표 용지. 후보자의 사진이 함께 나와있다. [사진 소소한소통]
"발달장애인 위한 선거정보 제공해야"
발달장애인을 위한 정보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소소한 소통’의 백정연 대표는 “해외 선진국처럼 투표 용지에 정당의 로고 및 후보자의 사진을 담은 ‘그림투표 용지’를 도입한다면 발달장애인의 접근성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