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당국은 그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중요한 선거 직전에는 추경을 편성하지 않아 왔는데, 이번에 그 관행이 깨진 셈이다. 특히 본예산이 전년도 12월에 통과된 상황에서 새해 예산을 써보지도 않은 채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安 "고무신·막걸리 선거와 뭐가 다르냐"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경제 지표를 좋게 보이게 하거나, 여당의 집권에 도움이 될만한 정책은 대통령 선거 전으로 당겼다.

대통령 선거 전후 정책 온도 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는 전기ㆍ가스요금에 이어 철도 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지방 상하수도 요금도 1분기에 요금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그간 누적된 공공기관 적자가 산더미라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 말기 경제 성적표 중 하나인 물가지표를 나아 보이게 하려고 공공요금을 1분기 중 무리하게 억누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설 명절 전 노인ㆍ장애인 등에 직접 일자리 60만 명 이상을 제공한다. 정부는 올해 3조3000억원 예산을 들여 만든 직접 일자리 106만 개 중 절반 이상을 이달 몰아서 공급한다. 여기에 오는 3월로 예고된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와 종부세 완화 대책도 선거 전인 3월 초에 발표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표떨어지는 CPTPP 가입은 미뤄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높은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도 차기 정부에 미뤘다. CPTPP 가입 선언이 농민 표를 얻는 데 도움이 안 된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최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선 국익을 감안해 일찌감치 CPTPP 가입을 위한 실무적인 절차에 들어갔었다"며 "하지만 농식품분야 시장 개방에 따른 반발을 우려한 여당의 반대가 커, 일정을 늦추게 된 것"이라고 귀띔했다.

역대 추경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논리적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인 셈법에 따라 경제정책이 펼쳐지고 있다”며 “경제위기 요소가 도처에서 널린 상황에서 재정당국은 큰 줄기를 보고 경제정책을 펼치고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