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오후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 규모는 윤석열 당선인이 공약한 50조원에서 30조원대로 줄어든다. 재원 마련의 어려움, 금리ㆍ물가 부담 등 이유로 인수위 내부 논의 과정에서 축소됐다. 이미 집행한 올 1차 추경(16조9000억원)에 이어 30조원 2차 추경을 더하면 윤 당선인이 공약한 50조원에 얼추 맞는다는 계산도 자리한다.
금액이 줄었지만 대규모 추경이란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역대 최대였던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과 맞먹는다. 30조원 넘는 돈이 5~6월 이후 추가로 풀리면 이미 치솟은 금리ㆍ물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30조원 추경 재원 중 절반가량은 나랏빚을 내(적자 국채 추가 발행) 마련해야 하는 터라 시장 부담도 크다.
예산 집행 주무부처인 기재부 앞에 닥친 난제다. 다음 달 초 예정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추경 편성 적절성과 국가채무 관리 방안에 대한 질의가 집중될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뉴스1
30조원 돈 풀기를 예고한 새 정부와 달리 한은은 시장에 꾸준히 ‘긴축’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신임 총재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이 앞으로 1~2년은 계속될 것”이라며 “인기는 없더라도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 더 이상 부채가 늘어나는 건 국민 경제 전체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14일 총재가 공석인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올렸을 만큼 한은은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총재 언급처럼 연내 추가 금리 인상도 기정사실이다. 물가 상승 속도가 잦아들지 않는다면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따라 한 차례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2014년 이후 8년 만에 기준금리 연 2%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4~6월)에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5월 발표될 4월 소비자물가가 크게 높아진다면 연속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재차 확대될 수 있다”며 “한은도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도 긴축 속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풀어놓은 과잉 유동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하이퍼 인플레이션(초고물가)’을 유발하고 있어서다.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좀 더 빨리(a little more quickly) 움직이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0.5%포인트) 인상도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빅스텝’을 예고했다.

역대 추경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이날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2’,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국가채무가 늘어났고,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의 가계대출은 최근 10년 동안 배 이상 증가했는데,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6.5%는 부채 비율이 최고 수준인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21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측이 6월 새 정부와 추경 관련 정책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부 지출 확대와 이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국제신용평가사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