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가스파초·참외 마르가리타…
지난달 20일 오후 현대요리전문가 박미희씨의 자택.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달달한 참외향이 느껴졌다. 박씨는 참외를 이용한 여러 요리를 준비하느라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움직였다고 했다. 다음날 있을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연구성과보고회에 차려질 참외 요리 밑 작업이었다.
“지금 준비하는 음식은 브루스케타(바게트에 과일이나 소스 등을 얹은 요리)에 활용할 참외잼이에요. 언뜻 흔한 음식처럼 들리지만, 딸기잼이나 사과잼처럼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잼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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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현대요리전문가가 성주참외를 이용해 잼을 만들고 있다. 김정석 기자
성주참외의 28가지 변신…“다양한 요리 가능”
박씨는 “이들 요리는 모두 성주참외로 만든 음식들”이라며 “경북농업기술원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와 함께 참외 레시피 책자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면 식탁에 오르는 참외를 이용해 모두 28가지 레시피를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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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의 특산물인 성주참외. 사진 성주군
한국만 재배해 ‘코리안 멜론’이 된 참외
우리나라 안에서는 경북 성주에서 70% 이상의 참외를 생산해낸다. 현재 인구 4만2000여 명인 성주에서만 3800여 농가가 3500㏊ 규모의 농지에서 참외를 재배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조수입 5534억 원을 달성했다.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 억대 농가만 1612가구에 달한다.
참외는 유전적으로 멜론과 가까워 같은 학명(Cucumis melo L.)을 갖고 있다. 이 종은 북동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후 서양의 멜론과 동양의 참외로 나눠졌다. 인도와 중국 등을 거쳐 한국과 일본 등으로 전파된 후 일본에서는 ‘마쿠와우리(まくわうり)’라는 이름으로 재배됐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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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참외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참외 가스파초, 케일 참외 샐러드, 프라슈토 참외 토스트, 참외미역게살무침. 사진 성주참외과채류연구소
박통도 감탄한 성주참외…“재배 최적 환경”
성주참외의 맛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얽힌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어느 날 참외를 먹다가 “이 참외가 유별난데 어디서 온 참외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가리킨 참외는 바로 성주의 한 농가에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골프장에 납품하던 참외였다. 이 회장은 박 전 대통령에게 “경북에서 재배한 것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수소문 끝에 그 참외를 재배한 농민을 1976년 청와대에 초청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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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한 참외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참외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성주군
'전자파 참외' 사드 괴담…"인체 무해" 입증되자 다시 인기
전자파가 성주참외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임이 확인됐다. 성주기지의 전자파가 기준치의 600분의 1로 무해하다는 게 실험으로 입증되면서다. 연구 결과가 알려지자 성주참외의 매출액은 곧바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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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제94호로 지정된 ‘청자 참외모양 병'.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해동역사(海東繹史)』 등에 나온 참외
조선시대 종묘의궤에도 ‘6월 천신제’ 물품 목록에 참외가 포함돼 있다.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1831~1904)이 쓴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Korea and Her Neighbors)』에도 ‘조선인들이 간식으로 참외를 산처럼 쌓아놓고 먹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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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에서 한 농민이 참외를 수확하고 있다. 사진 성주군
엽산 풍부해 임신부에겐 필수
참외는 면역력 향상이나 소화 운동 촉진에 효과적인 과일로 알려져 있다. 세포 손상 억제나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베타카로틴이 많이 함유돼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참외에는 다량의 섬유소가 있어 소화와 장 운동을 촉진해 원활한 배변을 유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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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현대요리전문가가 성주참외를 이용해 잼을 만들고 있다. 김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