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인천공항은 아직 슬롯이 시간당 20회로 제한돼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5/0c408dca-2a1f-4b6d-857a-507fe8f7901c.jpg)
인천공항은 아직 슬롯이 시간당 20회로 제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만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지만, 항공편 공급은 여전히 크게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3일만 해도 확진자 1만명 중 해외유입은 17명에 불과했다. 11일에도 4만 4000여명 중 37명에 그쳤다. 거의 대부분 국내에서 코로나에 감염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해외 입국객을 강하게 통제할 과학적 근거가 사실상 빈약한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입국 때 제시해야 하는 유전자 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부 규제는 풀었지만, 입국객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검역절차는 그대로다.
또 인천공항의 야간비행금지시간(커퓨, 오후 8시~오전 5시)도 풀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방역목적으로 야간비행금지시간을 운영하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제선 증편 역시 항공업계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인천공항에선 현재 도착기준으로 시간당 20회의 비행편만 허용돼 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연말까지 코로나 이전의 50% 회복도 요원할 정도라는 전망이 나온다.
![23일부터 입국 때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5/73d62380-4028-405a-9a3a-275151a29994.jpg)
23일부터 입국 때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뉴스1]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과 일본노선은 이들 국가의 방역상황 때문에 운항이 불가해 주로 유럽과 미국, 동남아 노선 위주로 운항을 재개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중국과 일본 노선에 주로 배정되던 낮 시간대(10~16시) 슬롯은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유럽·미국·동남아 노선에 배정되던 오전 시간대(5~9시)와 밤 시간대(17~20시) 슬롯은 이미 포화상태라 항공편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고 한다.
예전에는 오전 4~9시, 밤에는 17~24시 등 모두 12시간을 활용하고 시간당 착륙횟수도 40회였지만 지금은 가용시간도 줄고 슬롯도 절반밖에 안 되는 셈이다. 국토부는 현재의 추세라면 7월에는 주당 2000회는 추가 증편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추산한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야간비행금지시간을 풀지 못하고, 슬롯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이유는 방역당국의 인력과 시설 부족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수요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항공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뉴스1]](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5/25/82750e3f-d77b-46d2-a399-e0ff18a3f409.jpg)
수요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항공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뉴스1]
이 때문에 항공권값은 치솟고 있고, 항공사들은 국제선 운항 정상화를 못하는 탓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항공과 공항업계에서는 방역당국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항공사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가 국내로 유입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검역인력ㆍ시설 부족을 이유로 항공편 운항제한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검역정책은 우리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물가상승과 대량실직 등을 유발하는 행정 편의주의적이자 지극히 소극적인 행정"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항공사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과학적 방역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진행되는 방역과 항공 관련 정책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해 보인다"며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한덕수 총리는 방역상황점검회의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언급이 공허한 약속에 그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방역정책과 항공업계의 상황을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