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돈 없는데 어쩌라고"…그날 서초동 S식당서 무슨일이 [法ON]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연루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의 재판에는 서울 서초동 소재의 S 식당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식당에서 2018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곽 전 의원이 가진 저녁 자리를 두고 진술이 엇갈리는 건데요.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아들 곽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 가을 S 식당에서 곽 전 의원이 자신의 몫을 요구해 김씨와 다툼이 일어났다고도 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지난 4일 이 법정에 나와서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을 한 것도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이 저녁 자리의 또 다른 참석자 남 변호사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 있습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22부(이준철 부장판사)가 심리한 공판에서입니다.

 

지난 2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날 S 식당에서는 무슨 일이?

 
일단 그날 김씨와 곽 전 의원 사이 언쟁이 있었던 건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공통된 진술입니다. 남 변호사는 "당시 김씨가 책상을 손으로 꽝 치면서 '없는 데 어쩌라는 거냐'는 이야기를 했고, 화가 나서 김씨 얼굴이 빨개진 상황이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곽 전 의원은 약간 웃거나 달래는 느낌으로 "뭐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식으로 대응했다는데요. 이 다툼으로 인해 그해 연말에 보기로 한 약속도 깨졌다는 게 남 변호사 기억입니다.

다만 남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곽 전 의원이 자신의 몫을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곽 전 의원 측은 "수익금 배분을 요구한 게 아니라 후원금을 더 내라는 농담을 한 것"이라는 주장을 꺼냈습니다. 김씨가 이전보다 좋은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고, 술에 취한 곽 전 의원이 "돈을 많이 벌었으면 후원금을 내라"고 농담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남 변호사는 "어떤 이유로 돈 이야기를 한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S 식당 저녁 자리의 시점도 다르게 기억합니다. 검찰이 짚은 '2018년 가을'이 아니라, '2017년 가을'이라는 겁니다. 당시 자신의 자녀가 갓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아버지회에서 만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연말 모임용 고급 식당을 예약하기로 한 것까지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또 곽 전 의원과 김씨 사이가 틀어져서 김씨가 곽병채씨 결혼식을 가지 않았는데, 결혼식 시점을 고려하면 2017년이 맞다는 입장입니다.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해결해줬다고 들어"

 
이날 남 변호사는 김씨로부터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에게 얘기해 컨소시엄 문제를 해결해줬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50억원을 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아들 곽씨를 통해 주려 한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실제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연락했는지 아느냐"는 곽 전 의원 측 질문에는 발을 뺐습니다. "김씨에게 들은 얘기일 뿐, 실제로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잔류에 도움을 줬는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씨가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해체를 막아준 것과 50억을 연결지어 말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연합뉴스

돈 벌자 '회장' 된 김만배

 
남 변호사가 이렇게 선을 긋는 이유는 과거 대장동 일당 사이에 오갔던 치열한 신경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남 변호사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2019년에 아래와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곽상도 50억은 너희들(정 회계사·남 변호사) 때문에 주는 것이다. 2015년도 검찰 수사를 곽상도가 막았으니 50억은 내가 주겠다. 대신 화천대유가 부담하기로 한 돈을 너희가 나눠서 좀 내라."

김씨가 이렇게 각종 인사와 50억을 거론하는 것은, 결국 공통 비용을 전가하기 위한 수법이었다는 것이 남 변호사 주장입니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돈과 관련해 얘기하는 것은 믿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장동 사업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한 2017년도 즈음부터 김씨가 돈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냥 회장님이 되셨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곽 전 의원은 이날도 마이크를 잡아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자신은 김씨가 공통비를 부담하지 않기 위해 내건 '수단'에 불과하단 겁니다.

이 재판에서는 남 변호사가 곽 전 의원에게 건넨 5000만원의 성격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죠. 이날도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초기에 수사를 받던 사건에 대해 곽 전 의원에게 법률 조언을 받은 대가"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당시 곽 전 의원이 변호사비를 먼저 요구했고, '곽 전 의원이 많은 도움을 줬다'는 김씨의 말을 믿었다"고 했습니다. 반면 검찰은 당시 곽 전 의원이 변호사로서 한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