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출몰 초대형 백로, 실은 환경 파괴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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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현대미술관 야외 전시장에 놓인 쇠백로 파빌리온. 송봉근 기자
이 새의 정체는 전국에서 끌어모은 폐플라스틱 27t을 재활용해 제작한 쇠백로 파빌리온(전시 목적 임시건물)이다. ‘Re: 새- 새- 정글(Re:New- Bird- Jungle)’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1만5000개의 재생 플라스틱 프레임과 판재를 가로세로 55㎝의 정육면체 유닛으로 조립하고, 유닛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대형 쇠백로 파빌리온 제작을 기획한 부산현대미술관 김가현 연구사는 “코로나19로 배달음식 이용이 일반화됐고, 플라스틱 용기 사용량이 급증하며 ‘플라스틱 팬데믹’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한 환경 파괴 문제를 환기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탐구하자는 의미를 담아 이번 작품을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환경부 집계를 보면 국내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은 2019년 131만t에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251만t으로 급증했다.
온난화에 철새 아닌 ‘텃새’로… 생태 교란된 쇠백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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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하구의 쇠백로. 사진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쇠백로뿐 아니라 중대백로, 해오라기, 왜가리 등 여름 철새 110여마리도 그해 겨울을 낙동강 일대에서 난 것으로 확인됐다.
을숙도는 매년 여름과 겨울 50여종 10만 마리의 철새가 날아드는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다.
바다와 강이 맞닿아 기수생태계를 이루는 이곳의 수초와 갈대는 철새의 보금자리가 되고, 먹이로 삼을 수 있는 어패류가 풍부해 철새의 낙원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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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되는 쇠백로. 연합뉴스
이 연구원은 또 “도시가 개발되고 강변과 해변에 아파트 단지가 늘어나면 잡식성인 새가 먹이 활동을 하기 쉬워진다. 대표적으로 해 질 무렵 해운대 동백섬과 일대 아파트를 오가며 사람이 남긴 음식이나 단지 내 유실수에서 먹이를 구하는 철새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기온과 먹이 활동 등 조건이 맞다면 철새가 떠날 이유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전시 이후까지 생각한 작품, 자연에 대한 응답 되길”
이 구상을 실제 작품으로 옮긴 이웅열 디자이너는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프레임과 판재를 이용해 의자, 테이블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 견고한 소재를 사용했고, 분해와 재조립이 쉽도록 정육면체 유닛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플라스틱 분리배출 방식으로는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작업 과정에서 절감했다. 이번 전시가 이런 문제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쇠백로 파빌리온을 오는 10월 23일까지 야외 전시장에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