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미국 텍사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우주 로켓 사업을 하는 스페이스X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원자력 발전소를 더욱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안보나 환경 보호를 이유로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면서다. 머스크 CEO는 태양광 설치 업체인 솔라시티를 지난 2016년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28일 미국 경제매체 포춘은 머스크 CEO가 지난 26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인용하며 원전을 반대하는 일부 환경론자를 향해 “슬프게도 반(反)인간적”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가 원전을 증설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는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가 없는 지역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독일을 콕 짚으며 “정말 거기는 원전에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테슬라 CEO “원전 폐쇄는 미친 짓”
머스크가 이렇게 “원전 확대”를 외치는 것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관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테슬라 같은 전기차 완성차 업체는 충전용 에너지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가 급증하면 충전용 전력도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는 미국의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65만 대에서 올해 120만 대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의 한 충전사업 시설 관계자는 “향후 집집마다 전기차를 소유한다면 주로 전기차를 충전하는 오전 2시 전후에 소비량이 급증해 정전 사태가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15년 미국 뉴욕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태양광 발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여기에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스와 석유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6일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내년 전기 계약 요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각각 메가와트시(㎿h) 당 85유로(약 11만원)였지만 내년에는 독일은 850유로(약 113만원), 프랑스는 1000유로(약 134만원) 이상으로 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독일에 팔던 천연가스를 태워버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영국 BBC 방송은 위성사진과 전문가 분석을 근거로 러시아 북서부 포르토바야에 새로 들어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 가스 연소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화염이 잇달아 목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가스 연소 규모를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1000만 달러(약 134억원)어치일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 침공으로 다시 주목받는 원전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기업들은 에너지 공급 불안 상황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정보기술(IT) 분야 같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경우 소형모듈원자로(SMR)라도 스스로 짓겠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머스크의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