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고편 원본 속 인어공주(오른쪽)를 백인으로 바꾼 모습(왼쪽). 사진 트위터 캡처
인어공주 실사판은 1989년 개봉한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재해석해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2023년 5월 개봉 예정이다.
실사판은 흑인 R&B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22)가 주인공 에리얼 역할을 맡아 화제가 됐다. 1989년 ‘인어공주’ 에리얼은 빨간 머리에 푸른 눈, 흰 피부를 지니고 있다.
베일리가 캐스팅되자 팬들 사이에서는 ‘블랙 워싱’ 논란이 일었다. 서양 주류 영화계에서 백인 배우를 기용하는 관행인 화이트워싱에 견줘 나온 말인 블랙워싱은 인종적 다양성을 추구한다며 등장인물을 흑인으로 설정하는 추세를 비꼬는 표현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디즈니 팬 축제 ‘D23 엑스포’를 통해 첫 공개된 예고편은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현재까지 2200만 조회 수를 넘겼고 댓글은 무려 24만여개가 달렸다.

흑인 인어공주를 백인으로 바꾼 모습(위)과 예고편 원본(아래). 사진 트위터 캡처
일부 네티즌은 각종 SNS에 ‘#나의 에리얼이 아니다(#NotMyAriel)’라는 해시태그를 달며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급기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예고편 속 흑인 배우를 백인으로 바꾸는 동영상이 등장하기도 했다. ‘TenGazillioinIQ’라는 아이디를 쓰는 트위터 사용자는 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를 백인으로 바꾼 동영상을 만들었다가 트위터로부터 계정 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영상을 트위터에 처음 소개한 네티즌은 “AI 과학자의 공로 덕분”이라며 “그가 인어공주를 고쳤다. (흑인 인어공주를) 적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백인 소녀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흑인 인어공주에 반발한 인종차별적인 영상”이라며 비판 댓글을 달았다.
미국 온라인 정치 평론가 맷 월시는 “과학적 관점에서 어두운 피부를 가진 인어공주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인어공주 피부는 심해 생물처럼 창백하거나 반투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에 네티즌들은 “신화 속 인어의 피부색을 문제 삼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하는 등 흑인 인어공주를 둘러싼 논쟁이 온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베일리 “어릴 때 ‘흑인 에리얼’을 봤다면 내 인생관 바뀌었을 것”

인어공주 실사편 주인공 에리얼 역을 맡은 R&B 가수 겸 배우 핼리 베일리. 사진 예고편 영상 캡처
예고편을 본 흑인 소녀들의 반응을 살펴봤다는 베일리는 “정말 벅찼다. 감동받았다는 반응 영상을 보고 그저 눈물을 흘리며 울기만 했다”고 했다.
이어 “어렸을 때 흑인 에리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어린 소녀로서 어떤 의미일지 알고 있다. 만약 내가 그것을 봤다면 내 인생관은 완전히 바꿔졌을 것이다. 그런 역할을 내가 한다는 사실은 정말 멋지고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어공주를 연출한 롭 마셜 감독은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깊이를 가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디즈니는 에리얼에 대해 “인어공주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의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