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정상외교에 나선 대통령을 향해 마구잡이식 흠집 내기를 넘어 저주와 증오를 퍼붓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공세를 이렇게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혼밥외교’에 순방 기자단 폭행까지 당했던 지난 정부의 외교참사는 까맣게 잊고, 터무니없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까지 내놓았다”며 “제3세계 국가들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무책임한 국익 자해 행위”라고도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 위원장은 약 1만3800자 연설문에서 2500여자를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의회 권력을 휘두르며 사사건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자신들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망국적 입법 독재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등을 언급하며 “제가 기억하는 과거의 민주당은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사법을 정치로 끌어들여 수사 막으려든다면 국민 용납 안 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 위원장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 절차를 방탄하는 데만 169석 야당의 힘을 몽땅 쓰고 있다”고도 했다. 대장동 사건, 백현동 사건, 성남 FC, 변호사비 대납 등 이 대표 관련 의혹은 나열한 뒤 “(이 대표는) 돈 한 푼 받지 않았다며 사법 당국의 수사가 억울하다고 한다”며 “그러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돈 받아서 감옥에 보냈나”라고 물었다.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감사완박(감사권 완전 박탈)'을 언급하며 “사법을 정치에 끌어들여 이를 막으려 든다면 국민들께서 결코 용납하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집권기를 “잃어버린 5년”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민생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잃어버린 5년의 그림자가 너무 어둡고 너무 짙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늘어난 규제와 세금, 탈원전 정책, 확대된 국가채무 규모, 한·미 동맹의 약화와 한·일 관계의 악화 등을 문재인 정부의 실정으로 꼽았다. 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국정 전환은 결국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정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치를 강조했다. 정기국회 기간 민생법안을 협의할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안했던 국회 중진협의회와 관련해 정 위원장은 “이 대표께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제안한 개헌과 선거법 개정, 국회 특권 내려놓기 등도 이 기구를 통해 충분히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 대표가 수용할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정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을 처음 보도한 MBC도 거칠게 몰아세웠다. 그는 “가짜뉴스로 대통령을 흠집 내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에 앞장섰다”, “국기문란 보도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MBC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野 “모든 걸 다 야당, 언론 탓 하는 연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 위원장의 연설이 끝난 뒤 “국민의 고달픈 5년을 선언하는 연설 같았다”며 “모든 것을 다 전 정부와 야당, 언론 탓으로 돌리는, 무한책임을 진 집권여당 대표의 연설로 보기에는 너무 부족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비판했다. 또 “아마 국민들께서 ‘그 대통령에 그 정당이구나’라고 느끼실 것 같다”는 평가도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무능이 야당 탓인가. 윤석열 정부 실정과 무능을 야당 탓으로 돌릴 수 없다”라며 “국정을 어떻게 풀고,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겠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연설”이라고 평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