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례 회기 중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카타르에 다녀온 민주당 지방의원 징계를 놓고 여야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대전 서구 주민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12일 서구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기 중에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보러 다녀온 최규(더불어민주당)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대전 서구의회에 따르면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회의를 열고 최규(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최 의원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회의에 출석하지 않아 사실상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윤리특위는 14일 제3차 회의를 열고 징계 논의를 계속 논의할 방침이다. 서구의회 윤리특위는 7명으로 구성됐으며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이 5명, 국민의힘 의원이 2명이다.
최규 의원은 지난달 22일 소속 상임위원회인 도시건설위원회에 ‘(11월) 23~25일 사흘간 휴가를 가겠다’고 알렸다. 휴가 기간과 주말을 보낸 최 의원은 연락이 두절된 채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의회에 나오지 않았다. 동료 의원과 민주당 측에서 연락을 시도했지만,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최 의원이)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간다고 자랑처럼 말했는데 사실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왔다.
최 의원은 대전 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으로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사흘간 열릴 예정이던 추경 예산안 심사 진행을 맡아야 했다. 하지만 서구의회는 난달 21일 갑자기 예산안 심사를 ‘12월 1~2일 이틀간만 열겠다’고 일정을 변경했다. 이 때문에 일보 예결특위 위원들이 “심도 있는 (예산안) 심사가 어려워졌다”고 반발했다.
회기 중 월드컵 경기를 관람하고 돌아온 민주당 소속 대전 서구의회 최규 의원. [사진 대전 서구의회]
소재가 파악되지 않던 최 의원은 지난 1일 오전에야 연락이 가능해졌다. 그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를 보기 위해 카타르에 다녀왔다”고 시인했다. 다만 예결특위 회기 변경은 오래전 결정된 것으로 월드컵 경기 관람과는 무관하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최 의원은 “친분이 있던 주한 카타르 대사·부대사로부터 월드컵 경기 초대권을 받아서 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규 의원 "경솔한 행동"…초청장은 제시 안해
최규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본회의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주민 대표로, 의회 의원으로 경솔한 행동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고 사과했다. 서구의회 윤리특위는 지난 7일 제1차 회의를 열고 최 의원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 윤리심사지문위원회에 자문을 맡겼다. 자문위는 ‘출석 정지 20일 징계 권고안’을 윤리특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의회 내부에선 ‘출석정지 20일 징계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 의원이 카타르행 근거로 주장한 주한 카타르대사관 초청장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데다 회기 중 무단으로 이탈한 중대한 사안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전시당과 서구 주민들은 지난 12일 서구의회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최 의원 사퇴와 제명을 촉구했다.
지난 5일 국민의힘 대전 서구의회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성명을 내고 민주당 소속 최규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원의 징계는 경고와 공개 사과, 출석정지 30일 이내, 제명으로 나뉜다. 서구의회 윤리특위가 14일 제3차 회의에서 최 의원의 징계 수위를 가결하면 16일 열릴 예정인 제273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의원 전체의 무기명 투표로 최종 결정된다.
한편 민주당 대전시당은 최 의원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서구의회 윤리특위 결정을 지켜본 뒤 진상파악을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방침이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