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장례식 오는 1일 열린다...부인 "푸틴은 범죄조직 수괴"

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의문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이 다음달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치러진다. 나발니를 향한 추모 열기가 자칫 반정부 시위로 번질까 우려하는 크렘린궁이 탄압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장례식을 앞두고 안팎의 시선이 러시아로 쏠리고 있다.

나발니 부부의 모습. AP=연합뉴스

나발니 부부의 모습. AP=연합뉴스

 
나발니의 부인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28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장례식이 모레(1일)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나발니가 옥중에서 사망한 지 14일 만이다. 

나발나야는 남편의 시신이 훼손됐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장례식이 평화롭게 진행될지 아니면 경찰이 남편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 이들을 체포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키라 야르미시 나발니 대변인은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쪽 마리이노 구역에 있는 교회에서 장례식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장지는 인근에 있는 묘지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오른쪽)와 딸 다샤 나발나야를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오른쪽)와 딸 다샤 나발나야를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나발나야는 이번 연설에서 푸틴을 강하게 비난하며 서방 국가들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당신들은 지금 정치인을 상대하고 있는 게 아니다"며 "푸틴은 끔찍한 괴물(bloody monster)이자 범죄조직의 수괴"라고 비난했다. 또 "규탄 성명이나 제재로는 타격을 입힐 수 없다"며 "그가 도덕적 원칙과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무찌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국가에서 푸틴과 그의 측근들이 자금을 숨기도록 돕고 있는 변호사와 금융가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의 '돈줄'을 끊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발나야는 남편의 투쟁을 이어갈 의지도 재차 밝혔다. 그는 "나발니는 러시아 정부의 탄압에도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울림을 줬다"며 "나는 알렉세이 나발니의 일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위해 계속 투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나발니 측은 러시아 정부의 방해로 장례식 장소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나발니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시위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반역죄 적용을 확대하는 등 반체제 인사와 시민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