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극기주’ 훈련 참관기
우리가 해병이다
‘누구나 해병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해병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병대가 아닌 이들도 들어본 말입니다. ‘해병 성지’ 천자봉(포항 운제산 대왕암) 고지를 정복해야 빨간 명찰을 달 수 있습니다. 훈련병 땐 ‘땀’을 뜻하는 노란 명찰입니다. 그 땀이 ‘피’로 바뀌는 순간. 그 길을 ‘선택’한 젊은이들을 만납니다.

해병대 1303기 훈련병들이 지난 3월 22일 천자봉 정상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3월 22일 해병대 교육훈련단이 있는 경상북도 포항시 운제산은 꼭두새벽부터 해병 훈련병들로 가득 찼다. 1303기 1397명이 완전무장을 하고 대왕암에 오르고 있었다. 이날 낮 최고기온 16도. 그래도 산기슭은 쌀쌀했다.
운제산 등산로는 가파르지 않지만 제법 굴곡이 있다. 소총에다 침낭·전투복·속옷·양말 등을 넣은 군장 무게는 20㎏. 훈련병들은 가쁜 숨을 내쉬며 꾸역꾸역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신라 때 자장·원효·혜공 등 수많은 고승이 운제산에서 수도했다고 한다. 대왕암은 가뭄이 심할 때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라는 전설도 있다. 그런 운제산 대왕암에는 대한민국 해병대만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천자봉’이다.
이날 오전 3시 천자봉 고지정복 훈련(행군)의 막이 올랐다. 그 주 월요일(3월 18일) 오전 4시 DI(훈련교관)의 불호령으로 시작된 극기주의 마지막 훈련이다. 극기주에는 4박5일 동안 밤낮으로 완전무장 행군, 산악전 훈련, 각개전투, 100㎏ 목봉 체조 등이 진행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자신감과 희생정신을 체득하고, 동기애와 전우애를 기르는 게 극기주의 목표다. 이틀 전인 3월 20일 각개전투는 FM(야전교범)대로 실시했다. 복명복창이 조금이라도 작아지면 바로 얼차려다. 입이 바싹 마르는데도 틈만 나면 해병대 군가를 불렀다. 산악전 훈련에선 훈련병들은 높이 15m 레펠 타워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야 한다. 해병대의 전장은 바다와 땅을 가리지 않는다. 유격 PT, 야간 사격술, 야간전술 보행 등 만만찮은 훈련이 야간과업(오후 7~8시)으로 돌려졌다. 정병(精兵) 양성에 6주는 짧은 시간이라서다. 극기주의 피로가 몰려올 때쯤, 천자봉 행군이 시작된다. 자신의 한계를 느껴보라는 의도란다. 행군 거리는 30㎞. 악으로 깡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

천자봉 정기를 받은 이들은 빨간 명찰을 달고 3월 29일 자대에 배치됐다. 김종호 기자
행군에 이어 1303기 훈련병들의 빨간 명찰 수여식이 열렸다. 미리 받은 빨간 명찰을 오른손에 들고 있으면 DI들이 돌아다니며 훈련병 오른쪽 가슴에 달아준 뒤 주먹으로 두 번 살짝 친다. 수고했고, 격려한다는 의미다. 눈물을 흘리는 훈련병들이 많았다. 강정우 훈련병은 “빨간 명찰 수여식 때 훈련, 특히 극기주 때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정말 힘들었는데, 잘 견딘 내가 대견하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신재민 기자
선발 전형은 입영월 기준 석 달 전에 치른다.
해병대 지원율은 꾸준한 편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재수·삼수하는 지원자도 있다”고 말한다. 훈련병과 현역 해병대원에게 “왜 해병대에 왔냐”고 물었다. 다음과 같은 대답이 많았다. ①대를 잇는다 ②나를 바꾸고 싶다 ③폼나게 복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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