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총각' 명함도 못 내민다…다문화 출생마저 12.5% 급감

혼인 건수와 출생아 수가 매년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다문화 출생아 수가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다문화 결혼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남녀 성비 균형이 무너진 상황에서 불가피한 혼인 방식의 하나였다. 이마저도 줄면서 출생아 수 반등을 기대하긴 더욱 어려워졌다.

인구 감소 브레이크도 빠졌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29일 통계청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다문화 가정 출생아 수는 1만2526명으로, 전년(1만4322명)보다 12.5%(1796명) 줄었다. 다문화 출생아 수가 1만3000명을 밑돈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인구 감소의 브레이크를 걸어줄 요인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2019년 이후 다문화 혼인이 급감한 게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졌다. 2022년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남성(출생 기준)은 1만2281명이다. 2021년(9314명)보다 늘긴 했으나, 10년 전인 2012년(2만753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남성 수는 2008년 2만7987명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2019년 1만8018명에서 2020년 1만1436명으로, 1년 새 6582명(36.5%) 감소한 뒤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안 그래도 줄고 있던 다문화 결혼 감소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한국 남성과 가장 많은 혼인이 이뤄진 건 베트남‧중국‧태국이다. 이들 국가 모두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국인과의 결혼 선호도가 과거보다. 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매매혼 논란이 불거지면서 동남아 여성과의 결혼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국민 시각이 변하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2021년 성인의 다문화 수용성은 52.27점으로, 2018년(52.81점)보다 0.54점 떨어졌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흔히 말하는 ‘농촌 총각’은 여성과 짝을 이루는 게 불가능한 게 지금 인구 현실이다. 이전엔 국제결혼이 그 빈자리를 채워왔는데 최근 농촌엔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며 “혼인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늘고,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력도 올라간 영향”이라고 말했다.

다문화 혼인 트렌드 바뀌어

다문화 결혼의 '문턱'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결혼중개업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이용자의 월평균 소득은 400만원 이상이 34.8%로 가장 많았다. 직전 조사인 2020년엔 월 소득이 200만원대인 이용자가 41%로 가장 많았다. 비수도권의 ‘남초’가 가속화하면서 다문화 결혼도 일부 농촌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11일 서울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 장미원에서 다문화, 탈북민 등을 대상으로 한 야외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1일 서울 강동구 광나루한강공원 장미원에서 다문화, 탈북민 등을 대상으로 한 야외 결혼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0년간 베트남 국제결혼을 알선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이용자 중 농사를 짓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의사 같은 전문직도 있고, 지방 근무 제조업 종사자나 자영업자가 상당수”라며 “코로나19 이후 결혼 문의가 이전만큼 들어오지 않는다. 정부가 국제결혼 중개 관련 규제 수위를 높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