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공무원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3일 확정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수영장에 다니는 A씨는 2021년 9월 몸을 씻은 뒤 나체로 탈의실에 들어섰다가 고장 난 스프링클러를 수리하던 B씨(남·69)와 마주쳤다. 깜짝 놀란 A씨는 수영장 측에 “왜 B씨가 즉시 퇴실하지 않은 것인가”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수영장 측은 “전기반장인 B씨가 여자 미화원 2명의 통제 아래 누수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실수가 있었다”며 A씨에게 사과했다.
이후 A씨는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고 B씨가 알몸을 훔쳐봤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알몸으로 여자 회원들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 두눈 치켜뜨고 7분간 작업을 함에는 충분히 성범죄의 고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업을 핑계 삼아 무단침입한 그분이 상습적인 성범죄자는 아닐까라는 생각은 왜 하지 않나”라고 썼다.
A씨는 이같은 글을 네이버 리뷰와 블로그, 마포구 지역 맘카페, 부동산 카페, 수영 카페 등에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수영장 폐쇄를 청원하는 글을 썼다. 이어 B씨와 두 미화원을 상대로는 성폭력처벌법(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 및 방조 혐의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마포경찰서는 같은 달 B씨 등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후에도 A씨는 반복해서 글을 올렸다. 두 달간 A씨가 올린 글은 185회에 달했다. 이에 수영장 측은 A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1심 법원은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B씨가 고의적으로 알몸을 본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A씨가 허위 게시물을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B씨가 사다리에 올라 천장 수리를 하는 모습을 A씨도 봤으므로 고의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혹시나 있을 불상사를 대비하지 못한 수영장 측에도 잘못은 있다”면서도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A씨의 죄가 가볍지 않다”고 봤다. 또 “A씨가 경찰관으로서 이같은 잘못을 정당하게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도 형사 고소를 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2심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A씨가 여러 곳에 185회 글을 올리고 경찰의 ‘혐의없음’ 결정 후에도 반복적으로 글을 올린 점에 비춰 게시글의 주된 목적이 비방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A씨는 경찰공무원이므로 경찰의 혐의없음 결정을 받았으면 그 이후에는 자신이 게시한 글들이 허위사실일 수 있다고 확실히 인식하였을 것”이라며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A씨는 유죄를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