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아시아나 신주 인수 및 자회사 편입을 위한 사전 절차에 착수했다. 대한항공 통합 법인이 보유하게 될 항공기는 158→226대다. 이는 캐세이퍼시픽(178대)·일본항공(191대, 리스 미포함)보다 많은 규모다. 항공기 보유 대수 기준으론 세계 13위다. 대한한공은 자회사 편입이 완료되면 세계 11위 항공사(국제선 여객운항 총거리 기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항공과 동아시아 허브 경쟁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현재 싱가포르가 강세인 동아시아 허브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기지로 둔 싱가포르항공은 현재 대한항공과 비슷한 규모의 항공기(160여대)를 운항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19조원으로 대한항공(14조원)보다 높다. 장거리 국제선 이용객이 많은 영향이다. 코로나19 본격화 이전인 2019년 싱가포르항공 이용객의 운항 거리를 모두 더한 값(RPK)은 1095억㎞로, 대한항공(830억㎞)을 앞섰다.
인지도 순위를 올리는 것도 대한항공 통합 이후의 숙제다. 지난 6월 영국 컨설팅 회사 스카이트랙스는 싱가포르항공을 2위, 캐세이퍼시픽 5위, 대한항공을 11위로 평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서 조사한 세부 평가에서는 여러차례 1등을 한 경험이 있는 만큼 통합을 계기로 한 전반적 인지도 상승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9월 USA투데이 평가에서 ‘비즈니스·일등석 부문’ 1위, '기내식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국내 소비자와 정부의 관심사는 요금 인상 가능성과 마일리지 통합 방식이다. 업계에선 통합 대한항공의 여객 점유율이 70%를 넘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독점 체제가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거란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2032년까지 물가상승률보다 높게 운임 인상을 할 수 없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 조건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 마일리지와의 통합에 대해서도 적립 방식별로 전환율을 세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비교해 탑승, 신용카드 포인트 등 비용당 적립률에 따라 전환 수치를 달리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제주 등 인기노선에 대한 마일리지 구매 좌석 추가 공급, 자사 홈페이지의 마일리지 쇼핑몰 상품 확대 등을 통해 합병 전 마일리지 소진을 유도하고 있다. 다음달 1일 시작되는 인천공항 겨울 외투 보관 서비스에 대해서도 5일 이상 장기 보관을 원하는 이용객이 하루 350 마일리지를 내고 추가 보관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