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회사는 농심이다. 신동원 회장의 장남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은 최근 하반기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1993년생인 신 전무는 미국 컬럼비아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농심 인턴사원으로 입사, 2021년부터 구매 담당 상무로 일했다.
신 전무의 누나인 신수정 음료 마케팅 담당 과장도 이번 인사에서 상품마케팅실장 상무로 임원이 됐다. 신 상무는 1988년생으로, 미국 코넬대를 졸업하고 2022년 1월 음료마케팅팀 과장으로 농심에 입사했다. 농심 관계자는 “주스 브랜드 ‘웰치’를 담당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뤄내 승진 대상에 올랐다”며 “상품마케팅실에서 글로벌 식품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해 농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뿐 아니라 식품업계에서는 90년대생 오너 3세의 전면 배치가 도드라진다. 농심, 오뚜기와 더불어 ‘라면 빅3’ 기업인 삼양식품은 지난해부터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가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불닭볶음면의 뒤를 이을 제품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라이벌인 농심의 신상열 전무와는 1살 차이이며, 컬럼비아대 동문이기도 하다.
제과업체인 오리온에서는 1989년생인 담서원 상무가 경영 전면에서 활동 중이다. 그는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해 이듬해 12월 인사에서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올해는 오리온이 해외법인을 통해 지분을 인수한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유통 대기업 중에서는 롯데가 오너 3세인 신유열 부사장이 올해 승진했다.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부사장은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해 매년 승진을 거듭했다. GS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임 GS리테일 대표로 선임된 허서홍 부사장도 오너가 4세이다. 다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은 올해 인사에서 유임됐다.
재계에서는 식품과 유통 분야의 경영 환경이 변하면서 젊은 리더 발탁의 시계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수불황 속에 글로벌 시장 확대와 바이오·헬스케어 등 새로운 먹거리 개발이 생존의 필수요건이 되면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너 1,2세들은 한국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성공 신화를 일궈냈다. 하지만 현재는 K푸드의 인기를 확장시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그에 맞는 젊은 감각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