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앞바다 1km 밑 내시경…'대왕고래' 우여곡절 끝 첫 굴착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시추를 준비하고 있는 웨스트 카펠라호. 뉴스1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시추를 준비하고 있는 웨스트 카펠라호. 뉴스1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의 시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야당이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발목잡기’에 나선 악조건에서다. 철저하게 경제성만 따져야 할 시간이 왔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포항 앞바다 시추 해역에 도착한 시추선 웨스트카펠라 호가 19~20일 중 첫 굴착을 앞두고 있다. 카펠라 호는 지난 9일 부산항에 입항한 뒤 17일부터 시추 해역에서 대기 중이다. 시추는 실제 유전이 맞는지, 맞는다면 정확한 유전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작업이다. 해수면 아래 1㎞ 이상 깊이 대륙붕까지 시추공을 뚫은 뒤 시료를 확보한다. 내시경 조직 검사와 비슷하다. 시추는 두 달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해당 유전에는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석유는 최대 4년, 천연가스는 최대 29년까지 쓸 수 있는 양이다. 시추에 성공할 확률은 20% 안팎이다. 산업부는 5번은 뚫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1번 뚫을 때마다 1000억원이 드는 만큼 최소 5000억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해당 프로젝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브리핑하며 닻을 올렸다. 대표적인 ‘윤석열 표’ 사업인 만큼 탄핵 정국의 직격탄을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업성을 문제 삼아 505억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98%(497억 2000만 원) 깎았다. 정부 예산으로 절반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한국석유공사가 충당할 계획이었는데 온전히 석유공사 부담이 됐다.

문제는 석유공사가 2020년부터 5년째 자본잠식 상태란 점이다. 연간 이자 비용만 5000억원에 달한다. 시추 작업을 위한 협력업체와 계약이 90% 이상 이뤄진 상황이라 사업을 중단할 경우 위약금도 부담이다. 결국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거나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데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1차 시추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야 향후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액(약 150조 원)이 전체 수입의 17.6%를 차지한다.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자원 탐사는 장기전으로 해 볼 만한 국정과제다. 다만 성격상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다. 남미 가이아나 유전은 약 100년간 탐사한 끝에 발견됐고, 노르웨이도 북해 유전 탐사에 착수한 지 4년 만에 산유국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