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콜릿 재료인 코코아 가격은 1t(톤)당 1만20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를 기록한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는 식품업계는 큰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20일 서울 한 대형마트 초콜릿 관련 상품 판매대 모습. 연합뉴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산 원재료 가격 등을 포함하는 국내 공급물가가 지난달 크게 상승했다. 11월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10월(123.47)보다 0.6% 오른 124.15(2020년 수준 100)로 집계됐다. 지난 4월(1.0%)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두 달 연속 상승세다. 공급물가는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를 결합해 산출한다.
공급물가가 큰 폭으로 뛴 것은 고환율ㆍ고유가 영향으로 지난 10월 수입물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 크다. 10월 기준 두바이유의 월평균 가격은 배럴당 74.94달러로 전월 대비 1.9% 상승했다. 같은 달 달러당 원화값 평균은 1334.82원에서 1361원으로 전월보다 2%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11월에는 국제유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달러당 원화값 평균은 1393.38원으로 전월 대비 2.4% 하락(환율은 상승)했다. 그 결과 11월 수입물가가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생산자물가와 국내공급물가, 또 소비자물가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식량자급률이 낮은 한국은 밀가루 등 식품 원자재를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밥상 물가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11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월(119.01)보다 0.1% 오른 119.11으로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1년 전에 비해선 1.5% 올라 16개월째 상승세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생산원가를 구성하는 수입 원자재 가격 등이 오르면 생산자물가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그 정도는 기업이 이러한 부담을 제품 가격에 언제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도 1430원대 환율이 유지될 경우 물가가 0.05%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1.9%인데 1.95% 정도로 올라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세, 경기 하강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도 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문제는 이달 들어 1400원대 환율 흐름이 지속하는 데다 최근 심리적 마지노선인 1450원 선까지 뚫렸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451.9원을 기록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깜짝 놀란 외환 당국이 외환 수급 개선 방안 등을 발표하며 방어에 나섰지만, 아직까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일에도 달러당 원화값은 1451.4원으로 전일 대비 0.5원 상승하는 수준에 그쳤다.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108.54까지 치솟아 2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우려가 큰 데다 최근의 계엄ㆍ탄핵사태까지 겹쳐 소비심리가 잔뜩 움츠러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연 3% 수준인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장에 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섣불리 금리를 내릴 경우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년 통화정책 불확실성 심화에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