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3% 내린 2404.1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이날 장중 한때 2389.86까지 밀렸다. 코스피가 장중 2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0일 이후 8거래일 만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주식을 820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도 800억원가량 팔아치웠다. 개인이 7900억원어치 사들이며 맞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낙폭이 더 컸다. 전 거래일보다 2.35% 하락한 668.31로 마감했다.
여기에다 1450원대로 밀린 원화 가치도 부담이 됐다. 이날 달러당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0.5원 오른(환율 하락) 1451.4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낮다. 달러당 원화 가치는 이날 한때 1452.3원까지 추락했다.
코스피 시장에선 반도체주의 하락 폭이 컸다. 삼성전자(-0.19%)는 낙폭이 크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는 3.71% 하락했다. 간밤에 마이크론(-16.18%)을 비롯해 미국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1.56% 하락한 여파다. 그 외 시가총액 상위인 LG에너지솔루션(-3.9%), 삼성바이오로직스(-1.98%)도 하락했다.
악재는 겹겹이 쌓여있는데 시장을 밀어 올릴 동력이 없다는 점도 주가가 맥을 못 추는 이유 중 하나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방향을 전환하려면 환율이 안정되든, 굵직한 산업 이슈가 나오든 이렇다 할 계기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이런 동력이 부재하다 보니 외국인 매수세가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 연초엔 ‘산타 랠리’는 커녕 증시가 냉탕 온탕을 오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말 연초까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거시 지표에 따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수시로 증시로 전이될 수 있다”며 “다만 이미 대내외 복합적인 여건이 원·달러 환율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등이 예정된 1월 말로 갈수록 변동성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긴 호흡으로 보면 주가가 빠질 때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고환율 부담에다 미국 정치·정책 불확실성, 반도체 업황 불안 등 악재가 밀집된 상황이지만, 코스피의 가격 매력은 분명히 높아졌다”며 “분할 매수 전략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