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신성장 사업으로 꼽았던 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한다. 롯데그룹은 최근 석유화학·유통 등 그룹 주요 사업이 부진하자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헬스케어 사업은 부진한 실적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롯데그룹이 신성장 사업 중 하나로 꼽았던 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한다. 지난 2022년 4월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한 지 약 3년 만이다. 업계에선 롯데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바이오 사업에 집중할 것이고 전망한다.
지난 19일 롯데지주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자회사 롯데헬스케어의 법인 청산과 관련해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롯데헬스케어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운영 기업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2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선언하고 같은 해 4월과 6월 각각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이처럼 롯데그룹은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키웠다. 롯데는 700억원을 출자해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면서 “롯데헬스케어는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선점한 후 글로벌로 진출할 계획”이라며 “플랫폼과 연계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센터도 구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롯데헬스케어 설립 다음 달인 5월엔 ‘헬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 등 핵심 사업군에 5년간 3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10월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해 롯데헬스케어에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롯데헬스케어 캐즐 그랜드 오픈 미디어 데이에서 이훈기 당시 대표이사가 발표하는 모습. 사진 롯데헬스케어.
상황이 달라진 건 올해부터다. 롯데그룹은 최근 석유화학·유통 등 주력 사업이 부진하자 지난 8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중장기 전략에 맞지 않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신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지난 6일엔 렌터카 시장 1위 업체 롯데렌탈을 사모펀드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1조6000억원에 매각하는 방식이다.
헬스케어 사업은 수익성이 발목을 잡았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9월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을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적이 부진했다. 지난해 연결 포괄 손익계산서 기준 8억3661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228억9463만원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헬스케어는 당초 올해 말까지 가입자 100만명을 모으겠단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 가입자는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헬스케어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서비스 종료를 공지하며 사실상 영업 중단을 알렸다. 롯데헬스케어 홈페이지 캡처
계속된 부진에 롯데그룹은 칼을 빼 들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5일 롯데헬스케어의 유상증자 규모를 5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축소했다. 지난달 26일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하며 헬스케어 대신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4대 신성장 사업으로 선정했다. 최근엔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26일 캐즐 서비스를 종료하고 고객센터는 31일까지 운영한다고 공지하며 사실상 영업 중단을 알렸다.
롯데가 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바이오 사업에 집중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7월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열린 롯데바이오로직스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착공식에서 신동빈 롯데 회장이 환영사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업계에선 롯데가 헬스케어를 정리하고 바이오 사업에 집중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지주는 지난달 25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9000억원 규모 대출금에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7월 2030년까지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 20만2285.2㎡(약 6만1191평) 부지에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짓겠단 계획을 발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바이오 사업은 그룹에서 4대 신성장 동력 사업 중 하나로 선정해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이라며 “생산 공장 등 미래 사업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