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들 환율 전망 대폭↑…"내년 3분기까지도 계속 상승"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5.0원 오른 1,472.5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5.0원 오른 1,472.5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하반기 급락해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진 원화 가치(환율은 상승)가 새해 들어서도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특히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원화가치 약세가 내년 상반기에 그치지 않고 하반기에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IB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화가치 전망치를 크게 내렸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제출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주요 IB들의 내년 1분기 말 원화가치 전망치 중간값은 달러 당 1435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1월 8일 기준 전망치 중간값(1305원)보다 130원이나 높아진 수치다. 당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직후이고, 국내 계엄 사태 이전이다. 계엄 사태로 원화 가치가 10% 가까이 떨어졌다고 풀이할 수 있다.

주요 IB들은 계엄 이후 원화 가치 흐름에 대한 장기 전망도 바꿨다.


계엄 전 IB들은 원화가치가 올해 4분기 말 달러 당 1315원, 내년 1분기 말 1305원, 2분기 말 1300원 등으로 점차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계엄 후 나온 새로운 전망에선 내년 1분기 말 1435원, 2분기 말 1440원, 3분기 말 1445원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원화 가치가 더 하락(환율은 상승)할 것으로 봤다. 노무라는 환율이 2분기 말 1500원이 된 뒤 3분기 말까지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요인에 대해 미국 신정부의 관세·통상 압박 및 수출 둔화 우려, 미국 통화정책 기대 변화 등으로 인한 글로벌 달러화 강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해 왔다. 여기에 계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지속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의견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설명회에서 "계엄 발표 후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통해 변동성을 완화했다"며 "변동성이 커질 때는 단호하게 (나서서) 완화할 마음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 연구기관들은 외환당국의 지나친 시장 개입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현정 의원이 KDI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DI는 "우리 외환시장이 자율 변동 환율 제도로 운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보유액 등을 이용해 경제 기초 여건과 괴리된 환율 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환시장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헐어 쓰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KIEP도 보고서에서 "대규모·장기간 달러 매도 개입은 외환보유액 급감에 따른 대외 신인도 약화 우려 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