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 상승률 2.3% ‘선방’…금리 인하 앞둔 내년 전망 ‘흐림’

올해 물가 상승률이 2.3%를 기록했다. 내수(국내 소비)·환율 등 부정적인 연말 경제 지표가 쏟아지는 가운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물가 상황판 곳곳에 그늘이 드리웠고, 내년 전망도 흐리다. 한은은 당장 1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통계청이 12월 31일 발표한 ‘2024년 연간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2.3% 올랐다.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2%대)에 다다랐다. 4년 만에 최저치다. 2020년 0.5%를 기록한 물가 상승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겪으며 폭등했다. 2021년 2.5%로 오른 뒤 2022년 5.1%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3년(3.6%)과 올해 2년 연속으로 상승 폭을 줄였다.

올해 물가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2~3월(3.1%)을 지나 4~8월 2%대로 둔화했다. 9월엔 1.6%까지 내려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10월(1.3%)과 11월(1.5%), 12월(1.9%)까지 1%대를 기록했다. 1%대긴 하지만 하반기 들어 상승세를 탄 점은 위험요소다.

가격 변동 폭이 큰 식료품·에너지 관련 품목을 빼고 물가 수준을 집계한 근원물가 지수는 2.2% 올랐다. 2023년(3.4%)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백지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물가 상승세가 꺾인 영향이 컸다”며 “2023년 6% 뛰었던 외식 물가가 올해 3.1% 오르는 데 그쳤고,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같은 기간 6.8%에서 1.8%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金) 사과, 금 배추’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뛴 장바구니 물가가 그늘이었다. 과일·채소·해산물 등 계절·기후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한 신선식품지수가 9.8% 올랐다. 2010년(21.3%)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사과·배 물가 상승률은 각각 30.2%, 71.9%에 달했다. 배추 물가도 25% 올랐다. 


물가를 집계할 때 연간 수치를 비교한다는 점에서 ‘기저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비교 대상인 2023년 물가 상승률이 3.6%로 낮지 않았다. 게다가 2022년(5.1%)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뒤 24년 만에 물가가 가장 높았을 정도다. 최근 물가 하락세가 만약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의 전조라면 마냥 좋게만 볼 수도 없다.

물가 상황판에 주목하는 건 한은의 기준 금리 인하와 얽힌 문제라서다. 물가가 안정돼야 금리 인하론에 힘이 실린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수 침체를 극복하려면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며 “물가가 2%대까지 떨어진 만큼 (금리 인하) 여건은 충분히 마련됐다”고 말했다.

내년 전망은 흐리다. 최근 고환율 추세로 수입 물가부터 오르는 데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물가에 불똥이 튈 수 있다. 탄핵 정국으로 접어든 국내 정치 상황,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31일 “당장 다음 달 물가 상승률이 최근 고환율 등 영향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세 둔화, 근원물가 안정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