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중대시민재해 처벌되나…콘크리트 둔덕∙랜딩기어가 쟁점 [무안 제주항공 참사]

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 등이 방위각 표시시설(로컬라이저)이 있는 콘크리트 둔덕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 등이 방위각 표시시설(로컬라이저)이 있는 콘크리트 둔덕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무안 제주항공 참사 관련 수사에 착수하면서 사고 책임자에 어떤 혐의가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뿐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남경찰청 수사본부는 제주항공 참사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법리 검토에 나섰다. 중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사고가 기체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재해예방을 위한 설치‧관리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항공사 관계자들은 중처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책임자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 

중처법은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에서 사업 또는 시설 설치·관리상 결함으로 이용자 1인이 사망하거나 심각한 피해를 입는 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공중교통수단인 항공기에서 사고가 발생해 시민‧근로자가 모두 숨진 만큼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기장·부기장·승무원 등 제주항공 소속 노동자도 희생된 만큼 중대산업재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실제 처벌에 이르려면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다. 손익찬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대표변호사는 “기체 결함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규명돼야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고가 발생한 공항 활주로를 공중이용시설로 볼 수 있을지도 쟁점”이라고 말했다.

 
김남석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새 떼 충돌, 항공 정비 소홀, 조종사 과실 등 사고 원인에 따라 중대시민재해 책임을 물 수 있는 대상이 항공사, 공항공사,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달라질 수 있다”며 “중처법이 인정될 경우 사망자 수가 많기 때문에 양형에서 꽤 불리하게 적용돼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체 결함시 중대시민재해 해당" 

국토교통부도 중처법 위반 여부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앞서 2022년 국토교통부가 중대시민재해를 해설하며 들었던 가상 사례가 이번 제주항공 참사와 유사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설서에서 국토부는 “A항공이 착륙 도중 기체 결함으로 추락해 이용자 1명 사망, 5명 부상한 사고에 대해 중대시민재해의 범위와 원인, 재해 규모를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수사가 진행된 경우는 지난해 경기 성남 정자교 붕괴 사고와 지난해 7월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2건이다.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 소홀 등 중대재해법을 위반해 사고가 발생하면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정자교 붕괴 사고는 무혐의로 종결됐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연방항공청, 교통안전위원회, 보잉 등 한미합동조사 관계자들이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연방항공청, 교통안전위원회, 보잉 등 한미합동조사 관계자들이 사고 여객기와 충돌로 부서진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콘크리트 둔덕 설치 적절했나' 수사

특히 둔덕형 콘크리트 재질의 ‘방위각 표시시설(로컬라이저)’이 제대로 설치됐는지가 수사에서 주요 쟁점으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고시 ‘공항·비행장시설 이착륙장 설치기준’을 보면 정밀 접근 활주로의 경우 로컬라이저가 설치되는 지점까지 안전구역을 연장해야 하는데, 무안공항은 그렇지 않았단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위치적 특성상 조류 퇴치 활동을 전개하는 등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예방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어도 처벌받을 수 있다. 한국공항공사 등 무안공항 시설 관리 주체가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사고기가 태국 방콕에서 지연 출발한 점 등을 비춰봤을 때 의심되는 랜딩기어‧제동장치 등 기체 결함이나 정비 관리 여부도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점이다. 이 경우엔 제주항공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