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마산리 포은흥해도서관이 오는 22일 시범운영을 위한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김정석 기자
지난 16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은흥해도서관. 도서관 안팎에서 개관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입구 주변에 ‘안전제일’이라고 적힌 울타리와 각종 공사 설비들이 놓여 있었지만,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도서관의 외관은 완공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이 도서관은 오는 22일 임시 개관한다. 도서관 이름은 포항 출신인 고려말 학자 포은(圃隱)정몽주를 기리자는 차원에서 지었다.
포은흥해도서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만1424㎡ 규모다. 사업비는 총 250억원이 들었다. 1층은 인공지능(AI) 로봇·AI 도서 추천 검색 시스템을 도입한 어린이자료실·유아자료실, 2층은 음악자료실·음악감상실·작곡실·연주실을 배치하고 포항 향토음악 자료와 다양한 음악자료를 구비했다. 시범운영 기간을 거친 뒤 3월 중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포은흥해도서관 자리에는 과거 규모 5.4 지진으로 완전히 부서진 아파트가 있었던 곳이다. 2017년 11월 15일 강진으로 건물이 약 3도 기울어지면서 ‘피사의 아파트’라고 불렸던 대성아파트 부지다. 2021년 1월 아파트 철거 후 포항시가 ‘재난 극복의 상징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이곳에 음악 특화 도서관을 지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포은흥해도서관 2층에 마련된 음악자료실 모습. 사진 포항시
도서관 건립은 포항시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마련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2018년 통과되면서 추진됐다. 이 개정안은 국내 최대 지진 피해 지역인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재지 123만㎡를 특별재생지역으로 지정하고 주택과 도시재생기반시설 정비와 공급, 피해주민 심리적 안정대책, 지역거점 육성 대책 등 계획을 수립·시행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포은흥해도서관 옆에는 어린이집·키즈카페·장난감도서관을 갖춘 흥해아이누리플라자도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앞서 흥해읍에는 북구보건소와 트라우마센터 등 지역 거점 공공시설도 건립됐다. 지진 피해 주민을 우선공급대상자로 하는 3개동 200세대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국민임대주택도 2026년 5월 입주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진 발생 7년여가 흐르면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에 다양한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숙제도 있다. 지진 피해와 관련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장기화하고 있어서다.
‘포항 지진 피해 위자료 소송’을 이끄는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지진 발생 7주기를 맞아 재판 촉구 궐기대회를 열었다. 당시 포항 중앙상가에서 열린 궐기대회에는 주최측 추산 3000명, 경찰 추산 400명이 참가했다.
경북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와 120개 사회·종교·봉사단체가 지난해 11월 15일 포항 중앙상가에서 개최한 시민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재판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가자들은 “2018년 지진피해 위자료 청구소송을 시작해 5년 1개월 만에 대구지법 포항지원 1심에서 시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피고 정부 등이 항소함으로써 고등법원에서 다시 소송이 시작되고 있다”며 “지진 발생 7년이 지났지만 피해 보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만큼 재판부는 소송을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23년 11월 16일 대구지법 포항지원 민사1부는 지진 피해를 본 포항시민 5만여 명이 국가와 포스코·넥스지오 등 업체 5곳을 상대로 낸 지진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위자료를 1인당 200만∼300만원씩 줘야 한다”고 선고했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포항지진과 2018년 2월 11일 규모 4.6 여진을 모두 겪은 시민에게는 300만원, 두 지진 중 한 번만 겪은 시민에게는 2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한편 규모 5.4 포항 지진은 국내 지진 중 최대 피해를 남긴 것으로 기록됐다. 당시 지진으로 포항에선 부상자 92명, 이재민 1800여 명이 발생하고 시설물 피해 2만7317건 등을 일으켜 총 피해액 3323억원을 기록했다. 포항지진 정부합동조사단은 2019년 3월 20일 포항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 건립과정에서 촉발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