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난데없는 대리게임 의혹…유튜버와 진흙탕싸움 굴욕

1980년대 초반 직접 개발한 컴퓨터게임을 500달러(당시 환율로 약 40만원)에 팔았던 12세 소년. 바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이야기다. 

2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공유한 X(옛 트위터)글. 12세때로 추정되는 머스크(오른쪽)와 그의 게임 블라스타가 500달러에 팔렸다는 내용의 한 매거진 캡처본. 사진 X

2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공유한 X(옛 트위터)글. 12세때로 추정되는 머스크(오른쪽)와 그의 게임 블라스타가 500달러에 팔렸다는 내용의 한 매거진 캡처본. 사진 X

머스크의 게임 사랑은 유년 시절부터 유별났다. 그는 12세 때 직접 컴퓨터용 우주전투 게임 ‘블라스타(Blastar)’를 개발한 뒤 500달러에 팔았다고 한다. 당시 게임방을 차릴 궁리까지 했지만, 현실에 부딪혔던 머스크는 게임 스타트업 ‘로켓 사이언스’에서 일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는 게임과는 좀 다른 소프트웨어 업계에 뛰어들면서 인터넷 지도 소프트웨어 ‘집투(ZIP2)’ 사업을 시작으로 전자상거래 서비스 ‘엑스닷컴’, 전 세계 1위 인터넷 결제서비스 ‘페이팔’,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을 탄생시키며 억만장자로 거듭났다.   

못 다 이룬 꿈 때문일까. 평소 ‘디아블로’, ‘패스 오브 엑자일2(POE2)’ 등의 열성 팬이라는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서 종종 자신의 게임 실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11월 말 ‘디아블로4’ 나락 스피드런을 “2분 안에 끝냈다”며 세계 랭킹 1위 기록을 인증하기도 했다. 최근엔 “POE2 하드코어 리그에서 세계 랭킹 59위에 올랐다”며 관련 캡처본을 게시했다.

지난해 11월 2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가 ‘디아블로4’ 나락 스피드런을 “2분 안에 끝냈다”며 세계 랭킹 1위 기록을 인증했다. 사진 X

지난해 11월 2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가 ‘디아블로4’ 나락 스피드런을 “2분 안에 끝냈다”며 세계 랭킹 1위 기록을 인증했다. 사진 X

하지만 그의 글은 ‘대리 게임’ 의혹에 휘말렸다. 기업 경영인이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을 맡은 머스크가 게임할 정도의 여유와 시간이 없을 텐데 그의 기록이 믿기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7일 머스크가 X라이브 방송에서 직접 POE2를 하던 중 아이템을 일일이 드래그로 이동시키는 등 초보자가 할 법한 행동을 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레딧에선 “랭커의 플레이라고 믿기 어렵다”, “머스크의 계정은 게임 출시 11일만에 레벨 97에 달하는데, 2주 동안 40~50시간 한 유저가 레벨 93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말이 안되는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머스크의 의혹은 유명 유튜버와의 진흙탕 싸움으로도 번졌다. 구독자 320만명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 ‘아스몬골드’가 “스스로 달성했다는 것을 증명하라”며 진상 공개를 촉구하면서다.  


2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의 메시지 유출을 두고 발언 중인 유튜버 아스몬골드. 사진 유튜브

20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의 메시지 유출을 두고 발언 중인 유튜버 아스몬골드. 사진 유튜브

하지만 머스크는 팔로우를 끊을 뿐, 그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은 채 X에서 “아스몬골드는 반항적인 독립주의자 행세를 하지만, 사실은 뭘 하든 상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주체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서 그와 나눈 메시지 캡처본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캡처본에는 아스몬골드가 자신의 유튜브 운영을 편집자들에 맡긴다며 전적으로 그들의 의견이 먼저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포브스는 이를 두고 “머스크가 유튜브 편집자의 역할을 오해한 것 같다”며 “어떤 기사를 낼지 결정하는 신문사 편집자로 해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현재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일론 머스크(오른쪽)가 지난해 10월 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의 유세에서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오른쪽)가 지난해 10월 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의 유세에서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이번 의혹을 두고 머스크의 시간관리법이 주목받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방대한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 2023년 주최한 CEO 포럼에서 머스크가 하루에 한 회사에만 집중하려 노력한다고 한 발언을 조명했다. 실제 머스크는 자신의 일정을 비서에 맡기지 않고 직접 관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루 일정을 5분 단위로 나누면서 극도로 세분화된 시간 관리법을 애용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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