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수수료’ 치킨게임 이어, 인재 뺏기…연초 ‘ETF전쟁’ 격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나스닥 본사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있는 나스닥 본사 모습. AFP=연합뉴스

‘초초초 저수수료’ 상장지수펀드(ETF)로 지난해 치킨게임(피해를 무릅쓰고 경쟁하는 승부)을 벌여왔던 금융투자업계가 점유율 확장을 위해 연초부터 인재영입 혈투를 펼치고 있다.

ETF는 주가 지표의 움직임(인덱스)을 따르는 상품으로 거래소에 상장돼 손쉽게 매매할 수 있고, 적은 돈으로 여러 종목에 투자할 수 있어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ETF 상품(지난 1월 23일 기준)은 944개로, 설정원본총액(펀드에 납입된 총금액)은 183조1753억원에 달한다. 주가 등 시장가치를 반영한 ETF 순자산총액은 2023년 121조657억원에서 지난해 173조5639억원으로 40% 이상 급성장중이다. 이에 업계는 ETF 사업에 주력하며 경쟁적으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ETF업계가 다시 들썩이는 건 정부가 오는 7월부터 해외주식형 토털리턴 상장지수펀드(TR ETF)를 사실상 금지하면서다. TR형 상품은 세전배당을 분배하지 않고 자동으로 재투자하기 때문에 그동안 탈세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가 국내 주식형을 제외한 해외 주식형 TR ETF에 배당소득세를 매기기로 한 것이다.

TR형 상품으로 가장 재미를 본 회사는 국내 ETF 시장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다. 이 회사는 해외주식형 TR ETF는 ‘KODEX 미국S&P500 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 TR’로 약 6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최근 정부 정책에 따라 TR 상품을 분기 단위로 분배금을 지급하는 가격리턴(PR)형으로 전환한 상태다.


후발주자들은 이 틈을 파고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기존 삼성운용 TR ETF와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자사의 ETF를 대상으로 분배금 수령 인증, 신규매수 인증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확보에 나섰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경쟁사의 ETF 수장을 영입하는 인력 쟁탈전도 가열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전략ETF운용본부장을 맡아왔던 이경준 상무는 최근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운용 출신인 그는 2022년 미래에셋에 합류해 커버드콜(주식·옵션을 동시에 거래) 상품을 히트시킨 인물로, 지난 20일 미래에셋 ETF 신상품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 직후 소속이 바뀌며 화제가 됐다. 한투운용에서 ETF컨설팅담당을 맡아온 김승현 담당은 최근 하나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고, KB운용의 ETF사업본부 수장 자리도 불과 1년 만에 바뀌었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ETF 자금유입 속도가 빠르다보니 증권·운용사에서 ETF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최근엔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ETF 투자가 늘고 있는데, 지금 ETF에서 밀리면 향후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경쟁이 더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