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한달 - 관세폭탄 발표
19일 자동차 관세율이 25%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한 완성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10% 정도 예상했는데, 25%까지 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업계의 예상을 훨씬 웃도는 세율을 들고나왔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자동차 관세 조치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날이기도 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일까지 각국의 관세·비(非)관세 장벽에 대한 실태를 보고받은 뒤 곧바로 국가별 맞춤형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들(교역 대상국과 기업)에게 시간을 주고 싶다. 미국에 공장이 있으면 관세가 없기 때문”이라면서다. 또 “세계 유수의 기업들로부터 연락받았는데 그들은 관세·세금 인센티브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한다”며 “(미국에 공장을 세우려는) 초대형 기업들을 발표할 것이다. 반도체·자동차와 관련 있는 기업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일로 예고된 상호관세 및 자동차 관세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해 각국 정부·기업을 압박,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최대한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4월 2일까지 40일 남짓 남은 기간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트럼프 행정부와 물밑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승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완성차를 수출하는 다른 국가들 역시 관세 압박을 받는 건 마찬가지”라며 “관세 면제를 무기로 트럼프 행정부가 각 나라를 상대로 동시 협상을 진행하니 우리 나름의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미국이 자동차 산업에 25% 관세를 매길 경우 올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18.59%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은 347억 달러다.
현대차, 미국내 생산 연 120만대까지 올린다…관세폭탄 대비 총력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율에 대해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9일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들. [뉴시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20/8f520d94-17db-4bf0-875f-9ffcd30759e2.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율에 대해 “2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19일 경기도 평택항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들. [뉴시스]
씨티는 한국산 자동차, 부품, 의약품, 반도체 등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0.203%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주력 산업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의 하방 리스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동차 산업에 관련해선 유럽 판매 부진과 미국 보호주의 정책 강화에 대응한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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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준공식에 초청해 협상 무대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HMGMA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범 가동에 들어갔으며, 이르면 3월 중에 준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HMGMA(50만 대)는 물론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앨라배마 공장(36만 대), 조지아 기아 공장(34만 대) 등의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연간 120만 대를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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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관세 부과로 한국GM의 생산기지는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GM은 “현재까지 생산 물량 조정 등 명확하게 결정된 것은 없으며, 미국 본사와 긴밀히 소통해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국 완성차 회사의 손해를 감수하고 고율 관세를 부과할지는 미지수”라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둔 만큼 그에 상응하는 투자 발표나 대응책을 주문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