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호처 구속영장 세 번째 퇴짜…"비화폰 때문" 말 나온다 [현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찰 병력이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체포됐고, 같은달 19일 구속됐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찰 병력이 사다리를 설치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체포됐고, 같은달 19일 구속됐다. 연합뉴스

 

각 혐의 여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경찰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지난 18일 각각 세 번째, 두 번째 기각된 이유다. 기각 결정의 주체는 법원이 아닌 검찰이다. 이로써 김 차장에 대한 구속수사 시도는 검찰에 의해 결국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의 기각 사유는 매번 달랐다. 지난달 19일은 ‘증거가 이미 수집돼 있으며 재범 위험이 없다’고 했고, 지난달 31일엔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 확인을 위해 내부 규정을 추가 확인하라’고 했다. 이번엔 김 차장에 대해 적용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자체를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경호 업무 특성 등에 비춰봤을 때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경호처가 막아선 게 범죄에 해당하는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김 차장 등에게 범의(犯意)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속영장 신청을 두 차례 기각했을 때 경찰엔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사유다.

매번 검찰의 요구에 따라 보완 수사를 진행한 경찰에게 돌아온 건 또 다른 기각이었다. 형사소송법상 관할 고등검찰청에 영장심의위원회 심의를 신청해서 검찰의 영장 불청구에 불복하는 방안(제221조의5)도 있지만, 경찰 내부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적잖다. “검찰이 매번 새로운 사유로 영장을 기각하는 데 우리가 더 이상 뭘 할 수 있겠나”라는 탄식과 함께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특수단은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지난 18일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뉴스1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특수단은 김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지난 18일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뉴스1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경찰이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수는 3만2729건으로, 검찰 단계에서 영장이 기각된 건 8097건(24.7%)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만 3연속 기각된 건 처음이다.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경찰 안팎에선 검찰이 경호처 구속 수사에 대해 유독 미온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김 차장 구속은 경호처가 보관 중인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서버 확보와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이 실마리로 거론된다. 서버가 확보되면 비화폰 통화 내역 등을 확인해 계엄 당시 상황과 지시 관계, 관련자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차장의 거부로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은 매번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뇌부가 계엄 핵심 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비화폰을 통해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검찰 ‘넘버 2’ 격인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검찰 출석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도대체 무슨 공모가 오갔는지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 18일 성명)”는 의문 부호가 따라붙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화폰 서버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관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의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화폰 서버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관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의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김 차장 구속은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의 연결 고리였는데, 검찰은 모종의 이유로 이를 원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상황에서 김 차장 구속만이 능사는 아니다(차장급 검사)”는 반박도 있지만,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됐고, 증거 확보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검찰이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형사 전문 변호사)”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찰은 공수처로 경호처 수뇌부 사건을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엄 직후부터 검찰‧경찰‧공수처가 각축전을 벌이면서 수사기관 간 비효율적 혼선이 계속될 수 있단 우려가 이어진다. 비화폰 서버 기록은 이틀마다 자동으로 삭제된다고 한다. 삭제된 기록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복구 범위와 가능성은 확연히 줄어든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