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호주의 美핵잠 도입 추진 비난…"관성적 반응 내놓으며 탐색전"

호주가 영국의 설계와 미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건조할 공격 핵잠 오커스 상상도. 영국 국방부

호주가 영국의 설계와 미국의 기술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건조할 공격 핵잠 오커스 상상도. 영국 국방부

북한이 미국 주도의 인도 태평양 안보 협력체인 오커스(AUKUS·미·영국·호주)를 통해 호주가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려는 데 반발했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핵동맹을 구축함으로써 정치·군사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다.

노동신문은 20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핵 몽둥이는 절대로 통할 수 없다'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싣고 이같이 밝혔다. 신문은 얼마 전 미국이 오커스 협정에 따라 호주로부터 30억 달러(4조 3248억원)을 받고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것은 결코 단순한 금전거래가 아니라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또 하나의 핵동맹의 본격적인 가동"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문은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국가들을 억제, 포위하는 것을 기본목표로 내세우고 그 달성을 위해 핵동맹 조작 책동에 골몰해 왔다"며 한·미·일 3자 핵동맹에 이어 오커스를 구축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 포위망'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구름을 몰아오려는 군사적 모험주의 행위가 어떤 후과를 가져오겠는가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방·외무성 실무자 명의 담화, 조선중앙통신 논평 등의 형식으로 미국의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은 직접 거론하지 않고 "현 미 행정부"와 같은 포괄적인 명칭을 사용하면서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일반적이고 관성적인 대미 관련 반응"이라면서도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의 전향적인 접근을 기대하는 탐색전의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반응에는 북한군이 파병한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 같은 굵직한 대내외 현안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벌이는 협상을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 이어질 미국과의 대좌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며 "중요 정치 이벤트를 앞둔 상황인 만큼 당분간 정중동(靜中動) 자세를 견지하면서 조심스럽게 대외문제에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커스는 2021년 9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 견제를 위해 미국, 영국, 호주가 결성한 안보동맹이다. 필러(Pillar) 1은 호주에 재래식 무기로 무장한 핵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내용으로 구성됐고, 필러 2는 해저·양자기술·인공지능(AI)·사이버·극초음속·전자전 무기 등 8개 최첨단 분야의 공동 개발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