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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갱도를 폭파하는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기상청이 20일 발간한 '2024 지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31회 관측됐다. 이는 지금까지 연평균(11회)보다 3배가량 많은 수치다.
대부분은 함경북도 길주(20회)에서 발생했다. 길주는 원래 자연 지진이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 안정된 지반 위에 있지만,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자연 지진이 관측되고 있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과장은 "핵실험 이후 길주 일대 지반이 약해지면서 자연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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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역은 기상청 관측망이 없어 규모 2.0 미만 미소지진 관측 결과가 실제보다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기상청
길주 지진 발생 횟수가 많은 탓에 북한은 남한보다 지진 발생 빈도가 높았던 지역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 중 35.6%가 북한 지역에서, 21.8%(19회)는 남한 지역에서 관측되면서다. 나머지(42.5%)는 해역에서 발생했다.
'부안 지진 영향' 전북 지역 발생 빈도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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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2일 전북자치도 부안군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여파로 계화면 한 주택가 골목에 기왓장이 떨어져 깨져있다. 뉴스1
기상청은 "2016~2017년 경주⸱포항지진의 영향으로 규모 2.0 이상 지진이 급격히 증가했다가, 2018년 이후 두 지진의 여진이 잦아들면서 예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전북 지역의 지진 활동이 주목받은 시기다. 6월 12일 전북 부안에서 계기관측(1978년) 이래 전북 지역 내 최대 규모(4.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다. 이는 국내 발생 지진 2294회 가운데 16번째로 큰 규모이기도 하다.
전북은 지진 활동이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았던 곳이지만, 지난해 부안 지진의 영향으로 내륙 2.0 이상 지진 발생 빈도가 경북(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회로 집계됐다.
또, 부안 지진을 계기로 주목받게 된 미소지진(규모 2.0 미만)은 남한에서 720회 관측됐다. 부안 지진 발생 위치는 기존에 알려진 단층이 없는 가운데, 이 지역에서 나타난 미소지진이 숨은 단층을 파악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지난해 남한 지역에서 발생한 미소지진은 496회로, 이 역시 대구·경북(196회)과 전북(61회) 순서로 많았다. 한반도 해역에서는 동해(86회)가 가장 많은 지진 활동을 보였다.